포스코가 올해 가장 큰 변화를 시작하려 한다. 1968년 4월1일, 박태준 당시 포항제철사장을 비롯해 39명이 회사를 창립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 변화의 시작은 올해 국내 최대의 인수ㆍ합병(M&A) 매물로 나온 대우조선해양 인수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준비의 중심에는 포스코 CFO(최고재무책임자)인 이동희(59ㆍ사진) 부사장이 있다. 포스코 계열사의 '돈 흐름'을 꿰뚫고 있은 재무통으로, 포스코의 미래 성장 동력을 챙기는 기획ㆍ재무부문장이다.
"다른 사업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합니다. 그게 바로 조선산업입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된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아서인지 그의 대답은 간단하고 명료했다.
제철보국(製鐵保國)의 이념으로 철강산업에 뛰어든 포스코는 이제 여러 분야에서 많은 경험과 기술을 축적했다. 세계 최고의 제철 기술 이외에도 건설ㆍ플랜트(포스코건설), 정보기술(포스데이터), 에너지(포스코파워), 설계(대우엔지니어링) 등.
"비철강 분야는 모두 철강산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이었습니다. 이제 이렇게 다양하게 축적된 역량들을 포스코의 새로운 성장 축인 대우조선해양에 투입하려는 것이죠." 시너지 효과가 다른 어떤 경쟁사보다 클 수밖에 없다는 얘기기도 하다.
특히, 패키지 딜(묶음식 거래)에 있어서는 효과가 탁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세계가 원료ㆍ에너지 확보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패키지 딜은 가장 우수한 원료 확보 방안이다.
예컨대 철광석과 유연탄, 혹은 가스전 등 자원이 풍부한 개발도상국에 산업발전의 핵심 뼈대라고 할 수 있는 제철소와 조선소를 건설할 경우, 각종 에너지 원료를 싼 값에 안정적으로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현재 에너지와 해운 기업을 전략적 투자자로 모색 중입니다. 철강의 후방산업(원료ㆍ에너지)과 함께 전방산업(조선)까지 함께 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죠."
이 부사장은 전략적 투자자와 관련, "많은 기업들이 포스코와 함께 하려한다"며 말을 아꼈지만, 업계에서는 대한해운과 SK에너지 등이 포스코와 손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아무나 전략적 투자자가 될 수는 없다.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혹시나 '덕'만 보려는 기업들은 동반자로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
'장사' 면에서는 일단 합격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노사 문제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이미 특정 회사의 인수 움직임에 거부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노조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두산의 경우에는 내부 결정이기도 했지만, 인수전에서 중도하차했다.
"회사의 주인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노조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노사 관계가 안정되지 않으면 회사의 미래가 밝지 않을 수 밖에 없습니다. 마음을 함께 하는 것이중요하죠." 포스코는 이런 점에서 대우조선해양 노조로부터 상당히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시련도 있다. 경쟁업체에서 나온 말인지 모르겠으나, 포스코와 대우조선해양이 뭉칠 경우, 자칫하면 경기순환적으로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그렇지 않다"고 잘라말했다.
''철강경기는 1~2년 사이클로 움직이지만, 조선은 4년치 정도의 일감을 미리 확보했기 있기 때문에 경기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유가 있습니다." 그는 다른 계열사와의 흐름을 고려할 경우 상호보완적인 업종이라는 말도 곁들였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은 이 부사장 개인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포스코의 과거 40년이 '철강'이라는 원톱 체제였다면, 이제는 '철강+조선'이라는 투톱으로 가는 갈림길에 있고, 자신이 그 현장에서 총괄 지휘자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사진=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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