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대학입시에 대한 교육토론회에 가서 참석자들이 말하는 내용을 곰곰이 듣고 있으려니 저 분은 특목고, 저 분은 유학, 저 분은 서울 강남, 저 분은 대안학교, 이런 식으로 자녀의 교육상황이 그려지는 듯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알아보니 파악한 범위 내에서는 상황이 다 맞았다.
공적인 발언인 듯하지만 실은 제 사정에 따라 이상적인 입시안이 달랐다. 그래서 농반 진반으로 '이제부터 교육토론회를 하려면 내 자녀는 이런 상황이라는 명패를 달고 하자'고 제안했던 생각이 난다. 그 때 목소리가 높았던 유학생 학부모 한 분은 그 소리에 조금은 면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녀를 키우다 보니 입장은 그렇게 되었지만 사적인 이해관계가 공적인 입장을 지배한 것이 계면쩍었던 모양이다. 이 분은 그래도 양반이었던 셈이다.
'강부자' 내각으로 명명된 이명박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축소해서 거의 없애버리다시피 한 안을 보면 스스로에게 유리한 쪽으로 정책을 바꾸는 것이 이렇게 당당한 이들도 있으니 말이다.
종부세 고치면 내각 82% 혜택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을 6억원에서 9억원짜리로 올리고 세율을 조정하게 되면 이명박 정부의 수석 11명 가운데 9명, 장관급 21명 가운데 18명이 혜택을 입으니 (9억원 이상 주택 소유자도 혜택을 입으므로 포함) 수혜층 비율은 81.8%에 이른다. 반면 국민 전체 가구로 보면 불과 2%, 주택소유세대만 놓고 보면 3.9%에만 해당되는 문제이다. 그러니 이 개정안으로 가장 혜택을 보는 계층은 바로 정책 입안자 자신들이다. 참, 염치도 좋다.
이 개정안을 심사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밝힌 입장을 봐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부동산 소유실태가 거의 그대로 정책의견이 되었다. 부동산 부자들은 찬성한다. 심지어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에 반대, 배우자나 자녀를 통한 부동산 투기의 길을 열어놓는 안까지 구상한 이혜훈 의원의 재산을 보면 전체 부동산 보유액 16억여원 가운데 11억여원이 남편 소유였다. 이 정도면 염치 좋다는 표현도 약하다 싶다. 유일하게는 차명진 의원이 6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하고도 9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데 반대했다.(국회 재산등록 참조)
재산 지키려 '공익' 주장
이혜훈 의원의 지역구인 서초구의 한 아파트를 예로 들어보면 현재 수혜대상이 되는 공시지가 6억4,000만원짜리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8억원이다. 그러니까 8억원짜리 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내야 할 종부세는 40만원이 된다. 진짜로는 15억원짜리인 아파트도 공시지가는 11억6,000만원이니 종부세는 690만원이다. 이것이 '세금폭탄'이라는 사람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 사람들인가. 정말 내 부동산은 얼마만큼 있다는 명패를 내걸고서 공적인 의견을 내놓길 바란다. 언론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최근에 집값이 올라서 6억원이라는 기준이 너무 낮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이렇게 정해놓았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진다. 가구당 월평균소득이 300만원이 조금 넘는 나라에서 생활비를 전혀 쓰지 않아도 20년 가까이 모아야 살 수 있는 집이 고가주택이 아니란 말인가. 부자들의 눈에는 세금만 크게 보이겠지만 6억원이 넘는 집 자체가 비싼 집, 맞다.
게다가 이런 집에 종부세를 부과함으로써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서초동의 8억원짜리 평형대 아파트만 해도 5월에는 8억9천에 거래되던 것이 7월에는 8억4천에 거래됐고 8월에 8억원으로 떨어졌다.(국토해양부 실거래가 통계) 이 추세라면 6억원이 넘으면 진짜 고가주택이 되는 쪽으로 물꼬가 터졌다. 이 흐름은 보지 않고 소수 고가주택보유자, 다수 각료를 위해 이 물꼬를 막으려는 이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