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은 제자리인 상태에서 많은 가계부채와 높아진 금리로 인한 원리금 압박이 커지면서, 우리나라 가정의 신용위험이 4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24일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가계신용위험지수는 지난해 3분기 이후 계속 상승, 올 2분기 현재 0.85를 나타냈다. 2004년 3분기(0.96) 이후 4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신용위험지수란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규모, 소득 대비 부채수준, 주택구입가격 대비 주택구입을 위해 받은 대출액 비중, 명목대출금리 등을 토대로 가계의 신용상태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지표. 지수가 플러스면 신용위험이 크고 마이너스면 위험도가 개선됐다는 의미다. 삼성경제연구소 유정석 수석연구원은 “가계신용의 위험도를 높이는 주요인은 금융자산감소와 대출금리 상승”이라며 “특히 대출금리상승으로 가계의 이자부담이 늘면서 가계대출의 부실화 가능성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 가정이 카드, 할부금융사 등 비은행권에서 빌린 빚도 1년 사이 사상 최대규모로 늘었다. 상대적으로 이자가 적은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고 제2 금융권으로 밀린 ‘한계가구’가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6월말 현재 총 가계신용 가운데 은행권 대출을 제외한 나머지 채무는 283조3,359억원으로 작년 6월보다 37조7,239억원(15.4%) 늘었다. 이는 사상 최대 증가액이자 증가율로도 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가구당으로 환산하면 1,699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
특히 우려되는 것은 신협ㆍ새마을금고ㆍ상호금융권과 신용카드ㆍ할부금융사 같은 여신전문기관 대출의 급격한 증가다. 두 분야는 지난 1년동안 대출액이 각각 17.2%, 20.9% 늘어 모두 2002년 카드버블 이후 최고 증가세를 보였다. 카드사, 백화점 등으로부터의 외상구매 역시 마찬가지. 한은 관계자는 “예금은행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엄격하게 대출기준을 적용하다보니 2금융권을 찾는 고객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2금융권의 부채가 급증하면 아무래도 저소득층이 대부분인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더 가파르게 커지면서 연체율 증가와 소비감소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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