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는 한일의원연맹 활동 등으로 매년 두 차례 정도 꾸준히 한국을 방문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격적으로 한일 외교를 책임졌던 것은 2005년 10월 외무장관 취임 뒤 2년 동안이다.
24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우월주의와 보수 성향에도 불구하고 아소 총리는 외무장관 취임 당시부터 한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파트너' 임을 강조했다. 때로 극우 발언이 있었지만 과거사, 독도 문제 등에서 중립을 지키는 등 한일 갈등 관리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평가다. "신념과 국익이 부딪치면 국익이 먼저"라는 책임감의 반영이다.
아소 총리는 당시 한국이 일본과 기본적인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고 신뢰할만한 파트너이므로 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한일이 함께 노력해가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두 나라 현안이던 ▦한국인 징용자 유골 반환 ▦사할린 거주자 영주 귀국 사업 확대 ▦일본 외 거주 한센병환자 보상 해결에도 노력했다.
하지만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긍정적으로 본다거나,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 간여를 부정한다거나, 야스쿠니(靖國)신사의 A급 전범 합사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태도 등을 볼 때 당분간 한일 관계는 뒷걸음질 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올해 안에 마무리할 고교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의 독도 관련 표기 문제가 당장 시금석이다. 문부성이 7월 중학 새 학습지도요령 사회과 해설서에 독도가 일본 영유권임을 교육토록 명기한 이후 냉각된 한일 관계는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고교에서도 중학 해설서의 내용이 반복될 경우 연기된 한중일 정상회담은 물론, 향후 한일 관계가 화해 무드를 맞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한일관계가 자칫 노무현-아베(安倍) 시절로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아소 총리의 한일관계 주요 발언
"역사인식을 같이 하자고 말하지만 주변국과 같이 될 수가 없다.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이름을 달라고 말한 것이 원래 시작이라고 토론하는 자리에서 말했더니 나이 든 한국인이 당신 말씀대로라고 했다.…한글은 일본인이 조선인에게 가르친 것이며 의무교육제도도 일본이 시작했다. 옳은 것은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는 것이 좋다."(2003년 5월 자민당 정조회장 때 노무현 대통령 방일 직전 도쿄대 강연)
"일본도 다케시마 우표 발행을 검토해야 한다. 외무장관이 귀국하면 외무성과 재차 협의하겠다."(2004년 1월 총무성 장관 때 한국의 독도 우표 발행에 대해)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에게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와 같은 곳이다. 300만명이 넘는 군인이 일본을 위해 희생했다. 정부는 최대한 예우를 갖춰 이들을 대접해야 한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정당하며 앞으로 계속하겠다.…야스쿠니 신사의 군인들을 A급 전범이라고 결정한 것은 일본이 아니라 점령군이다."(2005년 5월 영국 옥스퍼드대학 강연)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다는 것은 일본이 무엇인가를 양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그것이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된다면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다음 달 만나지 않는다고 양국 관계가 단절되는 것도 아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지적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과 중국뿐이다."(2005년 11월 외무장관 때 기자회견ㆍ강연)
"일본과 한국은 서로 가장 가깝고 기본적 가치를 함께 하는 소중한 민주주의 국가로서, 이러한 관계에 맞는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할 것이다."(2007년 1월 외무장관 연설)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결의안이 제출된 것은 매우 유감이다."(2007년 2월 미 하원 위안부 결의안 제출에 대해)
"한국은 민주주의 등의 점에서 일본과 가까우므로 연계해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대이다."(2008년 9월 자민당 총재선거 토론회)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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