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4대 정유사들이 국제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 달간 주유소 공급가를 계속 올려온 것으로 조사됐다.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을 주유소에 떠 넘기고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 가격도 상승, 결국 국내 운전자만 유가 하락의 혜택을 못 받고 있다.
2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 가격은 8월 셋째 주 1,576.62원에서 넷째 주 1,593.16원으로 상승했다. 이후에도 9월 첫째 주 1,620.92원, 둘째 주 1,639.01원 등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는 1주 늦게 집계되고 있어 9월 셋째 주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이 오르자, 주유소도 소비자 가격을 계속 올리고 있다. 실제 전국 주유소 평균 소비자가격은 9월 첫째 주 1,715.21원에서 둘째 주 1,721.03원으로, 다시 셋째 주에는 1,722.48원으로 상승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국내 기름값도 내릴 것으로 예상했던 소비자들 입장에선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는 8월 셋째 주 배럴당 112.24달러에서 9월 둘째 주 95.62달러로 하락했고, 지난 주엔 88.37달러까지 추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유사들이 주유소 공급가를 올린 것에 대해 정유업계 관계자는 "당시 환율 상승으로 원유 도입가가 올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국제 상품가와 연동되는 국내 기름값의 경우 2주 정도 시차가 발생, 다소 괴리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정유사 측 주장이다.
그러나 환율 상승분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한 달간 주유소 공급가를 계속 인상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8월 셋째 주에서 9월 둘째 주까지 환율은 8%가량 상승한 데 비해 두바이유는 20% 안팎으로 하락, 국제 유가 하락분이 환율 상승분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한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 인상은 환차손을 주유소에 떠 넘기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주유소는 정유사가 일단 제시하는 가격(사입가)을 현금으로 입금한 경우에만 기름을 받을 수 있고, 통상 한달 후에 정산을 하는 거래를 하고 있어 정유사가 부르는 값에 꼼짝 못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도 "국제 유가 하락과는 상관없이 정유사가 공급가를 올리면 이를 따를 수 밖에 없다"며 "그러나 고객들 항의가 심해 정유사가 인상한 만큼 소비자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주유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사는 올해 상반기 SK에너지가 9,315억원, GS칼텍스가 9,913억원, 현대오일뱅크 4,976억원, 에쓰오일 1조20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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