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성매매 집결지 규모가 줄었다고 그게 성공인가요?
서울 하월곡동 일대 성매매 집결지에서 일하는 이지연(33ㆍ가명)씨는 23일로 시행 4년을 맞는 성매매 특별법과 그동안 경찰의 단속에 대해 한마디로 '실패작'이라고 평가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성매매 관련 토론회에 종사자 대표로 참석한 그는 "유사 성매매 업소 수만 늘렸을 뿐 성매매 종사자 수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성매매 여성 단체인 '한터 여종사자연맹' 전국 부대표인 이씨는 "연맹 자체조사 결과 전국 성매매 집결지 종사 여성이 2004년 특별법 시행 이전 5만여명에서 올해 3만여명으로 줄었으나 2만명이 성매매를 그만 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씨와 한터연맹에 따르면 성매매 집결지를 떠난 여성들은 대부분 단속의 손길이 덜 미치는 티켓다방, 여관 등으로 '무대'만 옮겨 성매매를 계속하고 있다. 또 상당수의 여성들이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외국으로 '원정' 성매매를 떠났다.
이씨는 "서너 명씩 팀을 이뤄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남성들을 유혹,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 내 주위에만 20여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경찰이 기동대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고 하지만 사회 전 부문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성매매까지 모두 단속할 수 있겠느냐"면서 "결국 성매매 종사자들의 '업종 전환'만 부채질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정부가 성매매 여성들의 이직을 유도하기 위해 내놓은 직업교육과 창업비용 지원도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직업교육은 여성단체들이 주관해 자활을 희망하는 여성들을 1년간 합숙시키면서 미용, 꽃꽂이, 네일아트,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을 가르쳐주는 것.
그러나 교육을 받는 여성들은 "감옥생활과 같다"며 중도에 포기하기 일쑤다. 이씨는 "직업교육을 시작한 동료 10여명 가운데 수료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창업비용 3,000만원의 무이자ㆍ무담보 대출도 성매매 여성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이씨는 "성매매 여성 가운데 99%가 신용불량자인데 어느 은행에서 지원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전 남편의 부모가 키우고 있는 아들(14)을 다시 만나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있다는 이씨는 "나도 자식 둔 엄마인데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성매매를 하고 싶겠느냐"면서 "정부가 실효성 있는 생계대책을 마련해줘야 성매매 종사자의 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장재용기자 jyjang@hk.co.kr
■ "성매매 변태업소 꼼짝마"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 집결지는 대폭 줄었지만, 변종 성매매 업소는 활개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10월말까지 변종 성매매 업소를 중심으로 집중 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올해 1∼6월 경찰에 적발된 성매매 업소 1만2,077곳 중 마사지ㆍ휴게텔 5,392곳, 안마 및 퇴폐이발소 1,624곳으로 신 변종 업소가 전체의 58%에 달했다.
반면 올해 상반기 단속된 성매매 업소 중 '집창촌'으로 불리는 전통적인 성매매 집결지는 273곳(2%)에 불과했다.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 집결지가 1,696개에서 935개로 45% 감소했고, 종업원수도 5,717명에서 2,282명으로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7월 18일∼9월 22일 1단계 성매매 집중단속을 벌인 데 이어 23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는 변종 성매매 업소를 중심으로 2단계 집중 단속을 실시키로 했다.
경찰은 특히 휴게텔 등의 신 변종업소가 신고 자유업종이어서 단속 후에도 곧바로 영업을 재개하는 바람에 성매매가 지속된다고 보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행정처벌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청 이금형 여성청소년과장은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집결지는 축소되고 있으나 변종업소는 늘고 있다"며 "성매매 업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 등도 척결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단속을 하겠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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