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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말리극장 '세자매' 연출 이메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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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말리극장 '세자매' 연출 이메일 인터뷰

입력
2008.09.2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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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이 지켜질 때라야만 새로운 창작물도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오래되고 전통있는 극장의 이미지에 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2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 말리극장의 연극 '세 자매'가 25~27일 '2008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 해외초청작으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말리극장은 러시아 최고 배우라면 반드시 거쳐갈 만큼 공연예술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는 단체로 이번 내한은 1990년 이후 18년 만에 성사된 것이다.

말리극장의 역사는 '세 자매'의 연출자이기도 한 상임 예술감독 유리 솔로민(73)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1990년대 초 러시아 문화부장관을 지냈고, 인민배우 호칭을 받으며 영향력과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연출가인 그는 한국 공연을 앞두고 한국일보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전통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전 오직 작가에게서만 영감을 얻습니다. 다른 곳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연출가들의 말은 믿지도 않죠. 푸시킨, 톨스토이, 체호프 같은 위대한 작가들의 창조물은 러시아의 영혼입니다."

그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말리극장의 내한은 정통 공연에 목말랐던 국내 관객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모스크바 초연작으로 4막에 걸쳐 180분간 공연되는 체호프 원작의 '세 자매'는 말리극장의 성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솔로민은 특히 체호프에 대해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심오함을 가진 작가"라고 말한다. "체호프는 자신의 작품을 코미디라 불렀습니다. 지방 도시에 사는 군인 유족의 가정을 통해 인간이 품은 꿈과 현실의 충돌을 그린 '세 자매'는 그의 희곡 중 가장 힘들고 장대한 작품이긴 하지만요."

1953년 말리극장의 쉐프킨 연기학교에 입학해 '짜르 표도르 이오나노비치'의 표도르 역 등 50가지가 넘는 역할을 맡으며 말리극장과 인연을 이어온 그는 "말리극장의 등장으로 배우라는 직업이 공식적으로 존재하게 된 것"이라면서 "나 역시 언제까지나 배우일 뿐"이라고 말했다.

"존경하는 연출가 구로사와 아키라의 제안으로 '갈매기' '세 자매' 등을 연출했지만 저는 연출가로 전향한 것이 아닙니다. 배우이며 말리극장의 예술적인 지도자입니다."

1990년 방한한 적이 있는 유리 솔로민은 한국에 대한 따뜻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특별한 인연이 있는 한국 관객에게 그가 이번 공연을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은 체호프 작품의 캐릭터들이 유약한 이유에 대한 답을 주는 일이다.

"돈에 연연하지 않는 예술을 사랑하는 그들이 바로 '지식인들'이거든요. 그들은 성공에 도달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마치 찰리 채플린의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유약하고 어설픈 인물들이죠. 그래서 여러분은 그들을 보고 웃으면서도 그들을 걱정하게 되는 거죠."

테크놀로지의 시대. 말리극장은 과연 계속해서 전통을 이어갈 수 있을까. 솔로민은 관객과 극장 사이의 관계는 극작가 알렉산더 니콜라예비치 오스트로프스키(1823~1886)의 시대 이후 변한 것이 없다며 그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한 나라의 박물관이 그러한 것처럼, 모든 나라의 국민들은 그들만의 극장을 갖고 싶어하고 그것을 자랑스러워 할 것입니다." 공연 문의 (02)2280-4115

김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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