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조9,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건설 중인 신(新)고리 원자력발전소 1, 2호기가 송전선로 건설 지연으로 무용지물이 될 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땅값 하락과 경관 저해 등을 주장하며 송전선로 건설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지식경제부 및 한국전력에 따르면 부산 기장군 장안읍 효암리와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에 건설 중인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1, 2호기는 현재 70%의 공정률을 기록, 예정대로 2010년 말 1호기가, 2011년 말 2호기가 완공될 예정이다. 신고리 원전 1, 2호기는 각각 1,000㎿ 규모로, 우리나라의 산업 수도인 울산 지역의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위해 건설되고 있다.
문제는 예정대로 원전이 준공되더라도 송전선로가 함께 구축되지 못하면 발전소를 돌리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신고리 원전 1, 2호기의 발전력을 수송하고 배분하기 위해서는 먼저 발전소에서 경남 창녕군 성산면에 있는 북(北)경남변전소까지 송전선로를 건설해야 한다. 총 길이 90.5㎞의 송전선로에는 철탑 162기를 세워야 하는데, 송전선로가 지나는 울주군과 기장군, 양산시, 밀양시, 창녕군 등지의 주민들은 전자계 피해와 땅값 하락 등을 이유로 송전선로 건설 백지화와 고액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 한전의 송전선로 사업이 차질을 빚는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신안성변전소에서 신가평변전소까지 총 길이 80㎞에 155기의 철탑을 세우는 송전선로 사업도 각종 민원(20건)과 소송(12건)으로 지연되고 있어 내년 6월 준공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더구나 최근 한전 송전선로 건설 반대 민원이 증가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2005년 102건이던 송전선로 관련 민원은 2006년 81건, 2007년 51건으로 감소세를 이어오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42건으로 다시 늘어나고 있다. 2015년까지 6,000㎞가 넘는 송전선로를 건설해야 하는 한전으로서는 부담이 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한전은 10㎞ 이상 345㎸의 송전선로 사업에 대해서만 실시하던 주민설명회를 모든 송전선로 사업으로 확대하는 등 민원 예방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민원이 사실상 들어주기 힘든 요구사항을 내세우고 있어 운신의 폭은 크지 않다. 가장 많은 요구 사항인 송전선로 이전의 경우 주민 요구를 받아들였다간 자칫 또 다른 지역의 민원과 마을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지중화 요구도 사업비가 7~14배로 늘어난다는 점에서 결국 국민들의 부담만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전 관계자는 "송전선로는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이 원칙이나 토지 소유자 및 지역주민 등의 이해 관계자가 합의하는 경우에 한해 기술적 여건을 고려, 위치 변경을 적극 검토할 수도 있다"며 "입지선정 과정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확대하고 지역 숙원사업을 지원하는 등 다각적인 민원 해결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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