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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미친 교육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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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미친 교육은 가라

입력
2008.09.24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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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가 지난 주 게재한 '급변하는 교육현장' 시리즈에 대한 반응은 한 마디로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지금 교육은 미친 교육이다" "내 아이는 한국에서 절대 안 키운다" "재능과 창의성을 살릴 수 있는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 무한경쟁으로만 치닫는 이명박식 교육정책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은 매서웠다. 본보가 시리즈를 마치며 실시한 학부모 설문조사에서도 상당수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런 정책은 오히려 사교육비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공교육을 강화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접근방식이 틀리지는 않다. 문제는 국제중 설립, 기숙형 공립고 신설, 고교선택제 실시, 일제고사 부활 등 교육정책의 방향이 성적이라는 한 줄 세우기 경쟁에 치우친다는 데 있다.

공교육이 학생들의 적성과 소질, 창의성을 발굴하는 쪽으로, 다시 말해 여러 줄을 세우는 방향으로 기여하지 않고 오로지 대학입시에만 초점이 맞춰질 경우 아무리 좋은 정책도 결국은 왜곡되고 뒤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은 그 동안의 경험에서 익히 봐왔던 바다. 그 결과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교육비가 뒤따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리 초중고 학생들이 국제 수학ㆍ과학올림피아드에만 나가면 상위권을 휩쓰는 것은 더 이상 뉴스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우수한 학생들이 이른바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데도 우리나라에 세계 100위권에 드는 대학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초중고를 들들 볶는 것보다는 대학당국과 교수에 자극을 주고 제도를 바꾸는 것이 낫다는 반증이 아닌가. 교육당국이 10년 전부터 입만 열면 세계수준의 대학원을 육성하겠다고 한 약속은 어떻게 됐는가.

사교육과 양극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학부모들의 허영심과 이기주의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학부모들은-특히 초등학생을 둔-너나 할 것 없이 내 자식은 이른바 SKY대학에 들어갈 거라고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자. 서울지역에 있는 고교 가운데도 전교 1등을 해도 서울대에 갈 수 없는 학교가 적지 않다. 중학교, 초등학교로 내려가면 그럴 개연성은 더욱 커진다. 안타깝지만 이는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데도 학부모들은 빚을 내면서까지 사교육에 열중이다. 내 자식만큼은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한결 같은 바람이지만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고통은 얼마나 크겠는가. 물론 국가는 직업간, 학력간 임금격차 해소 등 적자생존식 사회구조 개선에 노력해야겠지만 학부모들도 일찌감치 자기 자식의 능력과 소질, 희망 등을 잘 파악해 진로를 결정토록 할 의무가 있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공부의 노예가 돼가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절감했다. 한 초등학교 6학년생은 잠을 자는 7시간을 빼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공부하는 데 쏟아붓고 있었다. 어디 이 학생뿐이랴. 주변에는 대학생이나 고시생보다 더 많이 공부하는 초등학생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외톨이가 돼 친구를 만나러 학원에 가는 게 요즘 아이들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너무도 모진 짓을 시키고 있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경쟁을 더 시킬까가 아니라 어떻게 학습량을 줄여줄 수 있을까를 생각할 때다.

이충재 부국장 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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