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을 제거하는 작업은 정교해야 한다. 정부가 23일 발표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안은 말하자면, 참여정부가 심어 놓은 '세금 폭탄' 제거 작업이다. 헌데, 정교함이라고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원칙도 없어 보인다. 후폭풍이 예사롭지 않을 전망이다.
거꾸로 가는 부동산 세제
부동산 세제의 대원칙은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다. 부동산 거래를 촉진하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거래세는 낮추되, 투기수요를 막고 능력에 맞게 부동산을 보유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보유세는 강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세제정책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양상이다. 거래세고 보유세고, 세금이란 세금은 다 풀어주자는 태도다. 오히려 거래세보다는 보유세 완화에 더 적극적이다.
우선 부동산을 사고 팔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세금을 물리는 기형적 거래세인 취ㆍ등록세 인하엔 미적미적하면서, 보유세인 종부세는 대폭 낮춰버렸다. 아예 현 정부 임기 내에 종부세를 폐지해 재산세로 전환하고, 중장기적으로 재산세 부담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방침도 공식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설명은 "극소수 납세자에 대해 과도한 세 부담을 지우는 것은 본래 의미의 보유세 강화에 맞지 않다"는 것. 또 다른 거래세의 일종인 1가구1주택 양도소득세는 대폭 인하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보유세 수준은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 2006년 기준으로 보유세 실효세율은 0.3%로 미국(1.5%) 영국(1.2%) 일본(1%) 등에 비해서 현격히 낮을 뿐더러,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0.8%로 미국(3.1%)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종부세 인하, 서민들에게 전가?
상속ㆍ증여세 인하와 마찬가지로 종부세 인하의 혜택은 고스란히 1~2% 부자들의 몫이다. 정부의 되풀이되는 설명은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문제는 종부세 인하의 부작용이 서민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 당장 우려되는 것은 부자들만 내는 종부세가 인하되는 반면, 일반 서민들도 내는 재산세는 그 만큼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재산세 과세표준으로 내년부터 '공정시장가액'(공시가격의 일정비율)을 적용하겠다는 방침. 올해 재산세의 과표적용률이 50%인데, 만약 재산세 부과의 기준이 될 공정시장가액이 공시가격의 80% 수준이 된다면, 재산세의 급격한 상승은 불가피하다. 반면, 종부세는 이미 과표적용률이 80%에 도달했기 때문에 공정시장가액을 적용한다고 해도 큰 차이가 없다.
이에 대해 윤영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재산세의 경우 지방세인 만큼 공정시장가액을 공시가격의 몇 퍼센트로 할 지는 행정안전부에서 결정할 사항"이라며 "시장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있을 것인 만큼 급격한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종부세 축소나 폐지로 인한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부족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재산세 인상은 어떤 형태로든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미칠 악영향도 고스란히 서민들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은 "종부세가 완화되면 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팔 이유가 없어져 고가주택 보유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만 높일 공산이 크다"며 "지금이야 경기가 침체되어 있어 별 상관이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집값 폭등으로 이어진다면 서민들 피해만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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