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영변 핵 재처리 시설의 감시카메라와 봉인 제거를 요구했다는 보도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당장은 "핵 물질과 관련되지 않은 실험을 위해서"라지만 영변 핵 시설의 핵심인 재처리 시설 재가동에 한 발 더 다가서는 것만은 분명하다. 재처리 시설이 재가동되면 이미 확보한 폐연료봉만으로도 6~8㎏ 정도의 무기급 플루토늄 추가 생산이 가능해진다. 6자회담의 성과가 모두 물거품이 되고 원점으로 되돌아간다는 의미다.
미국을 압박해서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위협 전술인지, 차근차근 핵 프로그램 복구 단계를 밟아나가는 수순인지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또 한번의 벼랑 끝 전술로 보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대선국면에 들어선 미국의 정치상황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와병 등의 변수가 맞물리면서 협상 복원 동력이 현저히 떨어져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내몰릴 개연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우리 정부가 아무런 지렛대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안타깝다.
미국이 불능화의 경제적 상응조치인 중유 지원을 즉각 중단하지 않고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어제 전화 통화를 갖고 북한 설득에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북핵 문제의 원점 회귀는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만큼 위기 타개를 위한 6자회담 참가국들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대화 협상 등 외교적 방법의 기조를 벗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도 자신들의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고 위험한 것인지 알아야 한다. 기어이 강행한다면 핵 시설을 복구할 수 있겠지만 그 대가는 국제적 고립과 압박의 심화일 뿐이다. 미국이 테러지원국명단 해제 약속을 어겼다고 비난하기 전에 합리적 검증체계 마련에 얼마나 성의를 다했는지 돌아보고 협상의 길로 나오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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