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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국감자료/ 정부 "언론 플레이 등 악용" 제출 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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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국감자료/ 정부 "언론 플레이 등 악용" 제출 기피

입력
2008.09.24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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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6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일부 정부부처의 자료제출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 물론 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도를 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의 자료제출 기피는 비단 야당만이 아니라 여당도 겪고 있다. 국회 예결특위 소속 한나라당 A 의원은 최근 보건복지가족부에 '5년 간 국민연금 운영 손실 규모'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뚜렷한 이유도 없었다. A 의원 측은 23일 "확인해 보니 25일 기금운영과 관련한 기자간담회가 잡혀 있는데 그때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말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교과위 소속 한나라당 B 의원 측은 최근 통일부와 국방부의 고교 근ㆍ현대사 교과서 개정 요청 및 다른 부처의 교과서 개정 요구 내용 자료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요청했지만 역시 거절당했다. 이 문제가 이념 논란으로 확산되자 사안의 민감성을 우려한 교과부가 추가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는 게 B 의원 측의 설명이다.

야당의 자료 제출 요구를 기피하는 사례는 아무래도 좀 더 많다. 각 부처가 자신들을 공격할 자료를 쉽게 내 줄 리 없기 때문이다. 복지위 소속 민주당 C 의원은 국민연금의 리먼브라더스 투자와 관련된 자료를 요구했으나 받을 수 없었다.

C 의원 측은 "최근 금융위기가 국민적 관심사인데도 '밝히기 곤란하다. 윗선의 지시다'라는 입장만 반복하며 제출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D 의원은 행정안전부에 '최근 5년 간 명예퇴직 공무원의 산하 기관 취업 현황' 자료를 요청했지만 '취합을 하지 않고 있다'는 답만 들어야 했다. 만약 명퇴 공무원이 산하기관으로 대거 간 사실이 수치로 확인된다면 또 한번 비판받을 것을 우려한 것이다.

민주당 E 의원은 금융감독원에 환 헤지 상품인 키코(KIKO) 관련 중소기업 피해 현황 자료를 요청했지만 정작 필요한 최근 자료인 8, 9월 자료는 없이 6, 7월분까지만 제출받았다.

이밖에도 '대외비'나 '기밀사항' 등이라는 명목으로 별 내용이 아닌데도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국감 때마다 반복되는 이 같은 정부의 자료제출 기피현상을 두고 기본적으로는 정부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당의 한 의원은 "자기 부처의 치부를 감추고 국감의 예봉만 피해가려는 의도에서 거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 입장에서는 의원들이 일부 지나치게 과도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한건주의식으로만 자료를 활용하려는 것은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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