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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번안 오페라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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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번안 오페라의 길

입력
2008.09.2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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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안(飜案)의 뜻을 한자사전에서 찾아 보면 '외국의 문예 작품을 자기나라의 것으로 고침'이라고 되어 있다. 원작의 골격은 유지하되 인명, 지명, 풍속 따위를 지역과 시대에 맞게 바꾼다는 얘기다.

번안은 오페라에도 있다. 예컨대 '피가로의 결혼'은 '박과장의 결혼'으로, '라보엠'은 '서울 라보엠'으로, '팔리아치'는 '도시의 피에로'로, '자니 스키키'는 '유산 분배'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21일 한국 오페라 6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한국 오페라의 현주소와 과제를 돌아보는 심포지엄이 있었다. 3개의 주제발표가 있었고, 오페라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겪고 느낀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아서 몇가지 의견으로 집약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번안 오페라에 대해서는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었다.

오페라란 것이 대부분 오래된 외국 작품이니 이를 공연함에 있어서 한국적인 현실성이 두드러지도록 적극적으로 각색하자는 발제가 있었는데, 과연 본질적으로 서양 문화인 오페라를 굳이 한국화할 필요성이 있는가 하는 입장도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번안 과정에서 원작의 가치가 훼손되는 데 있다. 번안에는 희화화(戱畵化)가 어쩔 수 없이 수반되므로 일단 드라마가 변질되는 것이고, 가사를 우리말로 고치면서 음악적인 뉘앙스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결국 기존 작품이 경량화면서 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이는 외국에서도 번안 오페라가 생각만큼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라보엠'을 차용한 '렌트'처럼 아예 뮤지컬로 바꿔서 성공한 사례는 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소극장 운동을 하는 민간 오페라 단체가 많다 보니 번안 오페라에 대한 수요가 큰 편이다. 필자로서는 번안 오페라가 별개의 장르처럼 존재했으면 싶다. 오페라하우스나 뮤지컬 전용극장만이 아니라 번안 오페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좋은 여건의 전문 소극장도 필요할 것이다.

뮤지컬과의 경쟁도 번안 오페라가 나아 보인다. 역사적 검증이 끝난 명작을 번안하면 음악적인 경쟁력이 있는 것이고 그것이 오페레타라면 내용도 더 재미있을 것이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음악적 수준만큼은 일급을 유지해야 존재 의미가 있다.

사실 요즘 세계적인 오페라 연출가란 사람들의 작업도 번안의 본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사와 음악은 그대로 두지만 극적 배경이나 캐릭터를 완전히 바꾸어버리기도 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기발한 번안과 재연 과정에서 우리 오페라계의 가장 큰 취약점인 연출의 저변 확대와 아이디어 개발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음악공동제 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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