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 종합부동산세 해체의 혜택은 부유층만이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천만원씩 종부세를 내야 하는 수십억대 초고가 아파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60% 넘는 감세 효과를 보게 된다. 대신 종부세와 아무런 관련이 없던 중산ㆍ서민층이 졸지에 된서리를 맞게 됐다. 장기적으로 종부세가 없어지는 대신 재산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세무법인 정상의 신방수 세무사에 의뢰해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에 따라 앞으로 서울 지역 아파트의 종부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가 어떻게 변화할 지를 시뮬레이션 분석(세부담 상한 등 미반영)한 결과, 초고가 주택일수록 보유세 감세 효과가 클 것으로 파악됐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순위가 4위(40억1,600만원)인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244.7㎡(74평)는 종부세 부담액이 올해 3,931만6,000원에서 1,353만8,000원으로 2,577만8,000원이나 줄어든다. 만약 재산세 과표적용률이 80%로 높아진다면 재산세는 978만원에서 1,580만4,000원으로 62% 늘어난다. 대신 종부세 감소폭이 3,045만3,000원(77%)에 달해 보유세 합계는 현재(4,909만6,000원)의 절반 수준이 된다.
올해 종부세 158만4,000원을 내야 하는 공시가격 8억8,800만원의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101.09㎡(31평)는 종부세가 아예 없어지고 재산세 196만원만 남는다. 역시 공시가격 7억3,600만원의 노원구 중계동 대림벽산아파트 141㎡(43평)도 올해 74만8,000원의 종부세를 내야 하지만, 개편안대로라면 종부세는 한 푼도 내지 않고 재산세 158만원만 내면 된다.
정부는 종부세 과표적용률을 공시가격의 80% 수준에서 고정하는 대신, 재산세 과표적용률을 현행 50%에서 60~80%(공정시장가액)로 인상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재산세가 점차적으로 뛰게 된다. 수천만원씩 종부세가 깎이는 초고가 아파트는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종부세를 내지 않거나 적게 내고 있는 경우는 오히려 보유세 부담이 지금보다 커진다. 특히 6억원 이하 주택은 종부세 감면의 완충 효과도 없어서 사실상 재산세 폭탄을 떠안는 셈이 된다. 부유층의 종부세 감소분을 중산ㆍ서민층 재산세에 전가하는 격이다.
예를 들어 송파구 가락동 쌍용1차 아파트 59.02㎡(18평)는 공시가격이 3억7,600만원으로 현재 보유세는 종부세 없이 재산세만 68만원. 하지만 과표율이 80%일 경우 재산세는 124만4,000원으로 현재보다 83%나 오른다.
공시가격 7억3,600만원 아파트는 정부의 보유세 개편 시나리오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재산세가 현행 과표율을 유지할 경우 총 보유세는 종부세만큼 줄어들지만, 과표율 80%가 적용되면 재산세가 158만원에서 268만원4,000원으로 늘어나 현재 보유세(232만8,000원)보다도 많아진다.
공시가격 21억원 짜리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 163.92㎡(50평) 종부세는 올해 1,350만4,000원에서 302만2,000원으로 떨어진다. 재산세(500만원)를 포함한 보유세도 1,000만원 이상 줄어들어 802만2,000원만 내면 된다. 종부세 과세기준 9억원을 2억원 가량 초과하는 광진구 구의동 현대프라임 183.87㎡(56평)의 경우 종부세가 올해(366만4,000원)의 10분의 1도 안 되는 31만8,000원으로 급감한다. 재산세 과표율이 80%로 상향되면, 종부세에서 차감되는 재산세 중복분이 더 많아져 종부세 부과액은 제로(0)가 된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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