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크랭크업한 영화 '사과'가 10월 16일 개봉한다. 촬영을 마친 지 무려 4년, 2005년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영화제에서 첫 상영된 지 3년만에 국내 관객과 만나게 된 것이다.
'사과'처럼 촬영을 끝낸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 지각 개봉하는 이른바 '창고 영화'가 잇달아 가을 극장가에 나온다. 지각 개봉 사유는 가지가지지만 자금난 등의 이유로 지난해 11월 뒤늦게 개봉했다가 300만 관객이라는 깜짝 흥행을 기록한 '식객'의 대박을 재현하겠다는 게 공통 목표다.
'사과'는 산세바스티안영화제에서 신인작가상, 2005년 캐나다 토론토영화제에서 국제평론가협회상을 각각 수상했고 각종 국제영화제의 초청을 받았다.
완성도는 어느 정도 보장받은 셈이다. 이 때문에 실제 개봉 지연 사유는 최종 개봉판 편집을 둘러싼 감독과 제작자의 심각한 대립에 있었다는 소문이 충무로에 돌기도 했다.
'사과' 홍보사 퍼스트룩의 이윤정 대표는 "제작사 청어람이 '괴물' 제작에 전력을 다하면서 시기를 놓쳤다"며 "최용배 청어람 대표가 이왕 늦어진 거 좋은 시기에 맞추자고 해 결국 많이 늦춰지게 됐다"고 밝혔다.
순제작비 75억원의 대작 '모던보이'도 예정보다 늦게 관객을 찾는 작품이다. '모던보이'는 당초 올해 봄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뀐 10월 2일부터 상영된다.
1930년대 경성을 스크린에서 복원하기 위해 컴퓨터그래픽에 심혈을 기울이다보니 지각 개봉을 하게 됐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
하지만 지난해 방영된 TV드라마 '경성스캔들'과 올해 초 개봉한 '원스 어폰 어 타임' '라듸오 데이즈' 등이 이 영화의 개봉 연기에 무시못할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사 Kn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비슷한 시대 배경을 지닌 드라마와 영화가 한꺼번에 쏟아져 자칫 관객들이 식상함을 느낄까 우려됐다"고 밝혔다.
11월 6일 개봉하는 '소년은 울지 않는다'도 2006년 말 촬영을 마친 후 거의 2년 만에 개봉한다. 당초 올해 봄 개봉 예정이었던 작품이다. 개봉 지연은 한국전쟁이 낳은 고아들의 눈물겨운 삶을 다룬 영화인 만큼 가을이 계절적으로 어울린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8월 촬영을 마치고 10월 6일 개봉하는 '여름, 속삭임'도 창고 영화에 해당한다. 제작사 케이컴퍼니 관계자는 "최종 편집이 올해 초 끝나고 배급사와의 협의를 거치다보니 개봉이 늦었다"고 말했다.
충무로에선 지각 개봉 영화의 봇물을 영화계 불황의 한 신호로 바라보기도 한다. 충무로의 한 관계자는 "사정이야 어떻든 개봉 시기를 예정보다 늦추거나, 예전에 개봉 못한 영화가 뒤늦게 선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영화 시장이 안 좋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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