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위기의 와중에서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의 위상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그의 출신 배경인 월스트리트가 추락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 금융시장의 명줄이 그의 손에 쥐어져 있기 때문이다. 미 투자은행 등의 부실을 털어내는 데 쓰일 7,000억달러짜리 구제금융 프로그램도 그의 머리에서 나와 그의 결재를 거쳐 실행된다. 2년 전 재무장관에 입각할 당시만해도 그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위상과 권한은 경제대통령이라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능가할 정도다.
뉴욕타임스는 22일 "폴슨은 역대 74명의 재무장관 중 가장 파워가 셀 것"이라며 "이는 219년 전 9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재무장관으로 임명한 알렉산더 해밀턴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최신호(29일자)'월가의 대장(The Captain of the Street)'이라는 커버스토리에서 폴슨 장관을 그의 이름을 따'킹 헨리'라며 지칭하며 "과거 월가 사람이 가장 적절할 때 가장 적절한 사람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그가 월스트리트 붕괴와 함께 금융시장의 명운을 가를 권력을 쥐게 됐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미 국방부 예산보다 많은 7,000억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 관리 운영권은 정부 세수와 재정정책 감독이 전통적인 임무였던 재무장관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뉴욕타임스는 "차기 정부의 재무장관은 국무, 국방장관과 같은 반열의 대열에 오르게 됐다"며 "재무장관이 사실상 미국 금융시스템의 CEO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폴슨의 주가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그를 평가하는 데서도 확인된다. 오바마 후보는 20일 기내 인터뷰에서"여러 개의 공을 한꺼번에 다룰 수 있는 새 인물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해 집권할 경우 공화당원인 폴슨 장관의 유임 가능성을 내비쳤다.
두 사람은 2주 전 양대 국책모기지 기관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해 사실상 국유화 조치가 단행될 때부터 거의 매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가 폴슨 장관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폴슨 장관이 차기 정부에서도 장관이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 행정에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차기 재무장관은 폴슨 장관처럼 월스트리트를 경험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재무장관 한 사람에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월스트리트 출신인 그가 금융시장에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댈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폴슨이 금융위기를 헤쳐나갈 조타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가 골드만삭스 CEO로 재직할 당시 골드만삭스의 파생상품 수익이 급증한 점을 들어 그가 모기지 파동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난도 있다.
다수당인 민주당은 이번 주 법안 심의과정에서 재무장관의 권한에 제한을 둘 것을 요구하고 있고,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 캠프도 법안이 한 사람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폴슨 장관은 유명한 일벌레이다. 워싱턴 관리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업무량과 일처리 속도 때문에 재무부 구내식당은 주말, 휴일 없이 한달 내내 문을 열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이메일은 쓰지 않고,'전화광(Serial dialer)'으로 불릴 정도로 전화를 통해 직접 보고를 받는다.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에 따르면 폴슨은 사소한 농담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일을 완수하는 스타일이다. 지금 미국은 월스트리트 체질이 몸에 밴 그가 그의 친정이나 다름없는 월스트리트를 개혁할 수 있을지를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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