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금융위기의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지난 주 배럴당 8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금융쇼크 영향으로 1주일도 안 돼 다시 120달러선까지 폭등했다. 금융위기 공포에서 겨우 벗어나는가 싶었던 세계 경제는 고유가 사태 재연 가능성에 또다시 떨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지난 주말보다 16.37달러(15.7%)나 폭등, 120.92달러를 기록했다. 1984년 시장개설 이래 최대의 상승폭.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30% 이상 폭등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도 마찬가지.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지난 16일 배럴당 86.56달러까지 추락, 7개월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고유가시대로부터 해방'의 희망을 던져주기도 했지만 이날 95.10달러까지 튀어 올랐다.
물론 WTI의 폭등은 시장내의 기술적 요인도 작용했다. 10월물 만기일인 이날 선물 포지션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급등했던 것. 그러나 만기분 아닌 11월 인도분 WTI 가격마저 108.69달러까지 상승했다는 점은 국제유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근본 원인은 달러화의 약세 반전이다. 미국정부가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7,00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쏟아 붓는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시장에선 미국의 재정적자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고 이는 결국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투자 자금들이 원유 금 등 상품시장으로 대거 이동, 가격을 끌어올리게 된다. 특히 원유수출 대금을 달러화로 받는 산유국은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구매력에서 상당한 손해를 보기 때문에, 소득보전을 위해 유가를 인상하게 된다.
관건은 하향안정세를 보였던 국제유가가 금융위기의 불똥을 맞아, 다시 고유가 체제로 복귀할 것인가라는 점. 사실 지금의 유가구조는 수급요인, 환율요인, 지정학적 요인 등이 워낙 복잡하게 뒤엉켜있어, 예상자체가 쉽지 않다.
다만 현재 하락요인(금융위기 및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감소)와 상승요인(달러화 가치 하락)이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향후 유가는 결국 균형추가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오르더라도 지난 7월처럼 140달러대의 초강세를 재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당분간 국제유가는 달러화 가치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받으며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가장 큰 변수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유가가 다시 140달러이상 올라가는 것을 원하고 있진 않은 만큼 급등세가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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