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한국 축구의 인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메달권까지 기대했던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졸전 끝에 8강 진출에 실패한 데다 야구가 기적 같은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 어우러진 결과다. 일례로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팀 성적이나 스타들의 근황을 모르면 친구들간의 대화에 끼이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일부 마니아들은 밤을 새워 프리미어리그를 시청하지만 한국 축구의 근간인 K리그를 외면하는 것은 물론 국가대표 정도 돼야 그나마 이름을 기억할 정도라니 참 딱한 처지가 됐다.
게다가 북한과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1차전에서 무기력한 플레이 끝에 가까스로 무승부를 기록한 것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오죽했으면 네티즌 사이에 '축구장에 물을 채워라'라는 말까지 나올까 싶다. 한국축구가 아시아의 주변국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벼랑 끝에 몰린 한국축구에 최근 단비 같은 낭보가 전해졌다. 이달초 프랑스 1부리그 AS 모나코로 전격 이적한 박주영의 데뷔골 소식이다. 한국축구 부진의 한 축이 골결정력 부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스트라이커 박주영의 부활은 반가운 소식에 틀림없다. 올해 한국축구는 A매치 12경기를 치러 17골을 기록했지만 투르크메니스탄전 2경기를 제외하면 10경기에 10골로 경기당 1골에 불과하다. 그나마 박주영이 4골을 기록하며 이름값을 했다. 박주영은 22일 벌어진 마르세유전에도 풀타임 출전, 비교적 성공적으로 적응해 가고 있다.
해외무대 적응의 첫 단추를 잘 끼운 박주영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해주고 싶다. 가장 먼저 자신감이 중요하다. 비록 프랑스리그(르 샹피오나)가 그 동안 뛰었던 K리그 보다는 한 단계 이상 높은 수준임은 틀림없지만 박주영이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지난 몇 년간 한국의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 유럽무대를 노크했지만 박지성과 이영표를 제외하면 대부분 아직 안착하지 못했거나 쓸쓸히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두 번째로 빠른 시일 내에 현지 언어를 습득해야 한다. 외신에 따르면 "팀에 녹아 들고 프랑스 축구팬들의 가슴에 다가 서기위해 불어 수업도 받고 있다"고 한다. 축구는 개인 경기인 미여자프로골프(LPGA)와 다르게 팀 플레이여서 경기중 동료와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예전에 이천수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했을 때 커뮤니케이션과 문화에 적응 못해 '왕따'를 당한 적이 있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철저한 자기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 프랑스의 문화와 관습이 몸에 배야 관중과 호흡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 스킬도 계발해야 한다. 천편일률적인 멘트보다는 팬들에게 다가 갈 수 있는 인터뷰 기술도 익혀야 한다. 그리고 음주와 이성 관계 등 유혹을 멀리하는 자기 관리는 기본 중 기본이다. 몇몇 선배 선수들은 문란한 자기 관리로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족으로 하나 더 당부하고 싶은 것은 골세리머니도 팬서비스라는 것이다. 관중은 물론 골을 넣을 때까지 도와 준 동료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골세리머니도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4년 전 축구천재로 떠오른 이후 부침 속에 성장통을 앓아온 박주영이 프랑스 무대에서 한 단계 도약해 월드스타로 거듭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여동은 스포츠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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