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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융위기 파장/ 美자본주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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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융위기 파장/ 美자본주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입력
2008.09.2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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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위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미국 최대 보험사 AIG에 대한 공적자금 투여 등 숨가쁘게 이어지던 미국의 금융위기가 7,000억 달러(약 770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투입키로 한 미국 정부의 결정으로 일단 큰 고비를 넘겼다.

지난해 중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진 뒤 금융 기관이 무너질 때마다 취한 땜질식 처방에서 탈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구제금융 조치로 혼돈 속의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금융위기가 해소되고 경제가 정상화한다 해도 미국 경제가 과거로 회귀할 것으로 보는 의견은 극소수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0일 "이번 구제금융이 미국 자본주의의 얼굴(face of capitalism)을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1970년대 이후 30년 넘게 미국의 '얼굴'로 불려온 신자유주의가 정부 규제를 강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촉발한 가장 큰 요인은 금융 위기의 발생과 이의 해결 과정에서 현재의 신자유주의가 뚜렷한 한계와 문제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타임은 "미국의 신자유주의는 78년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이 항공규제철폐법에 서명하면서 본격화했으며 그 뒤 기업에게 무제한에 가까운 이윤추구를 허용함으로써 지금의 금융 위기를 잉태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번갈아가며 집권했지만 신자유주의 기조는 변함없이 유지됐다. 82년 저축대부업 규제 완화, 85년 정크본드(투기등급채권) 활성화 등의 조치를 취했고 특히 99년에는 은행업과 증권업의 분리를 규정한 글라스 스티걸법을 철폐해 미국식 금융 모델로 일컬어지는 투자은행의 발판을 마련했다.

AP통신은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스 같은 투자은행의 주 수익원인 부채담보부증권(CDO), 모기지담보부증권(MBO)은 담보능력이 취약한 부채나 모기지를 담보로 만들어진 파생상품"이라며 "부실 요인을 흡사할만한 수신 기반이 없는 IB가 이런 파생상품을 담보로 다시 2, 3차 파생상품을 만들면서 가공할 위기를 잉태하고 있었지만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문제가 가려졌다"고 지적했다.

이번 금융위기 이후 미국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은 지금과 사뭇 다를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금융 위기 이후 미국 경제와 시장에 ▦정부의 감독 강화 ▦수신기능을 갖춘 상업은행의 부상 ▦투자은행의 몰락 ▦파생상품 시장의 개편 혹은 축소 등의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금융기관이 수익성 보다 안정성 위주로 경영하는 흐름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자금 융통의 어려움으로 기업 경영이 악화하고 가계 실업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점을 우려해서인지 얼마나 더 규제하느냐, 규제에 따른 부작용은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벌써부터 현안으로 대두하고 있다. AFP통신은 "80년대 레이건 정부의 규제 철폐가 당시 지지를 얻은 것은 그 이전의 정부 규제로 실업률이 상승하고 물가가 오른 데 따른 반작용 때문이었다"며 "이제부터는 미국 정부가 금융기관과 기업이 규제의 시대에 얼마나 잘 적응토록 이끌 것인가에 새 패러다임의 성패가 달렸다"고 주장했다.

미국식 금융 모델과 자유주의의 몰락으로 한국 등 자본주의 국가는 새로운 역할 모델을 설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중국처럼 미국식 자본주의를 채택하지 않은 국가는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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