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조용하다.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금융위기에 전세계가 아우성인데 일본만큼은 살짝 비껴간 느낌이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은 22일 "태풍과 오염 쌀 파문이 주요 이슈이지 금융위기는 주요하게 취급되지 않는다"라는 보도까지 했다. 부동산 거품 붕괴 등으로 고통을 겪었던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동안 선행학습을 통해 금융회사가 위기를 버틸 현금을 금고에 쌓아놓은 덕분이란 분석도 곁들였다. 인터내셔널>
미리 맞은 매 덕분에 우등생이 된 걸까. 그러나 우리나라 투자자가 가입한 일본펀드만 놓고 보면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다. 1년간 수익률은 여전히 -30%대 안쪽에서 헤매고 있다. 게다가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삼성증권은 22일 '조금 더 인내가 필요한 일본펀드'라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일본은 경기둔화와 정치적 불안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펀드의 수익률 회복이 지지부진 할 것이라는 얘기다.
차근차근 살펴보면 납득이 간다. 일본의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6%(전년동기대비 -2.4%)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화했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 역시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경기 하락과 소비침체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일본의 경기회복이 지연될 수 있음을 공식화했다.
정치 변수도 발목을 잡고 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총리가 낮은 지지율과 리더십 결여 때문에 임기 1년을 넘기지 못하고 갑자기 사임한 게 화근이었다.
겉으론 평온해보여도 월가발 금융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또한 일본의 처지다. 일본 아오조라 은행이 리먼브러더스 파산신청서 상에 단일 채권자로서는 최대 대출(4억6,300만달러)을 갖고 있고, 미즈호 은행 및 스미토모 미쓰이 금융그룹 등 다수 은행도 리먼에 대한 채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는 글로벌 증시의 대열에서 낙오할 수 있다는 점도 걱정이다. 김태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성장동력이 없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은데다 보수적인 일본투자자 성향까지 겹친 일본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6월 고점대비 -21%나 떨어진 일본 증시가 글로벌 증시의 반등에 동참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남는다"고 말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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