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연예 PD 금품로비 사건의 사법처리 대상자 명단에는 PD나 연예기획사 관계자 외에 대형 증권사의 전직 애널리스트도 이름을 올렸다.
H증권 수석연구원을 지낸 김모(38)씨는 팬텀엔터테인먼트의 주가 전망에 대해 유리한 분석보고서를 써준다는 명목으로 이 회사의 비상장 주식 3만주를 헐값에 매수한 혐의(배임수재)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자신이 먼저 나서 "주식을 싸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몰염치한 행태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2005년 4월 ㈜이가엔터테인먼트 등이 팬텀과의 주식 차명계약을 통해 우회상장을 시도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담당자에게 접근해 "미리 정보를 줬으면 좋았을 텐데 섭섭하다"고 말하며 주식 매입을 부탁했다.
김씨는 이렇게 해서 당시 주당 1,400원이던 팬텀 주식 3만주를 주당 300원의 헐값에 인수했다. PD들이 시가의 60~70% 수준에 팬텀 주식을 매입한 것과 비교하면, 김씨는 현직 PD들보다 기획사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씨는 당시 증권업계에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애널리스트 중 한 사람으로 꼽히던 인물이다.
김씨는 주식 매입 후 한 달 만에 2만주를 자신이 사들인 가격의 8배인 주당 2,455원에 되파는 등 3만주를 전량 매도해 4,400여만원의 시세 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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