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경영 불안에 직면한 미국 투자은행들에 일본 대형 은행과 증권사의 출자, 영업권 인수가 잇따르고 있다. 거품 경제가 꺼지면서 1990년대 후반 이후 국제금융계에서 자취를 감춘 일본 은행들이 다시 해외 진출에 의욕을 내는 양상이다.
미쓰비시(三菱)UFJ파이낸셜그룹의 22일 모건 스탠리 최대 20% 출자 발표는 이대로 실현될 경우 미쓰비시가 자산 규모 세계 2위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의 최대 주주이며 지분법 적용을 받는 투자회자-자회사 관계가 된다는 의미다. 모건 스탠리 집행이사에 미쓰비시 쪽에서 최소 1명이 참여하며 모건 스탠리의 경영실적은 미쓰비시의 실적으로 반영된다.
출자 규모는 최대 9,000억엔(9조원)으로 일본 금융업체의 해외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미쓰비시는 기업 인수ㆍ합병과 자산운용, 주식ㆍ채권 인수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최대 증권사 노무라(野村)홀딩스도 파산보호 신청을 한 리먼 브러더스 아시아ㆍ태평양 부문을 이날 인수키로 한 데 이어 23일 유럽ㆍ중동 부문 인수에도 합의했다. 아태 부문에는 200억엔 이상을 투자해 일본, 중국, 인도, 호주 등의 11개 법인의 주식매매와 인수ㆍ합병 컨설팅 등 투자은행 업무를 인수한다.
유럽 부문은 런던, 파리 등의 유럽 사업이 중심이며 매수 가격은 조정 중이다. 직원 3,000여명을 둔 리먼 브러더스 아태 부문은 최근 결산에서 14억달러(1조6,000억원), 유럽 부문은 2억6,0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
앞서 1월 미즈호은행이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된 투자은행 메릴 린치에 1,300억엔을, 6월에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은행이 영국 바클레이즈에 1,000억엔을 출자했다. 증자 압박을 받고 있는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에 오랫동안 협력 관계인 미쓰이스미토모가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된다.
일본 은행들이 잇따라 해외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파급 효과가 미국이나 유럽 금융기관에 비해 적어 상대적으로 자금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리먼 브러더스와 AIG 등도 일본 은행에 적극적으로 지원 요청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품경제가 절정이던 86년부터 일본 금융계에는 스미토모은행의 골드만 삭스 자본 참가를 시작으로 미국 금융업체 매수붐이 일었다. 업무를 다양화하고 선진 금융기법을 배울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일본식 경영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기대한 성과를 못내던 중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90년대 후반부터 일본 내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미국 지분을 하나 둘 팔아치우면서 일본 금융자본의 파상 공세는 백일몽처럼 사라졌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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