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 "정권 못놔" 야 "내놔" 총선모드
22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예상대로 아소 다로(麻生太郞) 간사장이 압승하면서 일본 정국이 여야 총선 대결 국면으로 급전환하고 있다.
아소 총재 체제로 지지율을 끌어올려 한달 여 뒤 실시될 조기 총선에서 수성(守成)하겠다는 자민당과 지난해 참의원 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정권 교체를 실현하겠다는 민주당의 선거전이 치열할 전망이다. 일부 일본 언론은 민주당 우세를 점치고 있지만 자민당이 선심 정책을 쏟아내며 본격적인 표 모으기에 나설 경우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아소 자민당 새 총재는 24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취임 1년도 못 돼 사임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에 이어 중의원에서 새 총리로 지명된다. 일본은 중ㆍ참의원에서 과반수인 정당의 총재가 각각 총리로 지명되지만 하원인 중의원 우선 원칙에 따라 중의원에서 과반수(304석)인 자민당 총재가 총리가 된다.
아소 새 총리는 이후 내년 9월 임기 만료인 중의원(480석)을 10월 초 조기 해산한 뒤 한달 안팎의 선거운동을 거쳐 총선을 치를 전망이다. 자민당은 20%대의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국민 여론은 물론이고 당내에서도 중의원 해산을 통해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자민ㆍ공명 연립여당은 새 총리 선출 직후 지지율 상승세를 몰아 되도록 빨리 총선을 치르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10월 26일께 선거를 고려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밝혔다. 아소 총리는 후쿠다 정권이 경제활성화 대책으로 마련한 추가경정 예산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뒤 총선 실시를 염두에 두고 있어 해산 시기가 11월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중의원 해산 시점과 관계 없이 여야는 이미 총선 체제에 들어갔다. 아소 총재는 총선에 곧바로 대처하기 위해 자민당 당직 인선에서 자신이 빠지면서 빈 간사장에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간사장 대리를 새로 임명하는 것 외에는 주요 당직자를 유임시킬 방침이다. 아소 총재는 선출 직후 "총선에서 민주당과 싸우기 위해 다 함께 손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며 당내 일치단결을 강조했다.
다가온 조기 총선을 정권교체의 "최대 호기이자 마지막 기회"로 삼는 민주당은 전날 당대회에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3선 체제를 출범시켰다. 오자와 대표 역시 주요 당직자 전원을 유임시킨 뒤 '신 정권 기본 정책안'을 통해 양극화 문제 해결, 사회복지망 재구축 등 민생 우선 정책을 강조해 표 다지기에 나섰다.
슈칸겐다이(週刊現代) 등 일본 주간지들은 총선에서 자민당이 200석 안팎, 민주당이 210석 안팎을 확보해 민주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당도 과반수에는 못 미쳐 선거 후 정당간 합종연횡이 가속될 전망이다.
■ 아소 對 오자와
"이제 민주당과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대결을 위해 천명(天命)을 받았다. 국민의 생활 문제, 국가 안전보장을 책임지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이 자민당말고 또 있겠는가."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새 총재가 22일 밝힌 당선 소감에는 불안한 자신감과 네 번의 도전 끝에 성공했다는 감회가 뒤섞여 있었다. 조기 총선을 향한 결의는 굳셌지만 여유가 없어 보였다. 자민당 장기집권에 또 한번 금이 갈지 모르는 선거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가온 일본 조기 총선에서 아소 총재가 짧은 기간에 얼마나 자민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이에 맞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 신뢰를 얼마나 얻어낼지 두 당수의 대결이 주목된다.
아소 자민당 총재는 일본 남부 후쿠오카(福岡) 재벌 집안 출신 정치인이다. 증조부 아소 다키치(麻生太吉)는 일제강점기 징용 조선인을 광부로 쓴 아소 탄광 창업주이다. 외조부가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 장인이 스즈키 젠코(鈴木善幸) 전 총리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를 긍정적으로 보는 극우 보수성향이지만 미국, 영국 유학파로 국제감각이 있는데다 아소 시멘트 사장을 맡아 기업인으로 활동하는 등 일본 내에서는 실용주의를 우선하는 지도력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말 실수가 잦지만 소탈한 성격인데다 만화를 좋아하고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사격 일본 대표로 출전하는 등 이색적인 이력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편이다. 게다가 재정을 동원한 경제 살리기, 지방 경제 재건 등 지론을 적극 실행에 옮길 경우 현재 20% 대의 자민당 지지율은 성큼 오를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일문제 등 대외 관계는 후쿠다(福田) 정권의 정책을 계승할 전망이다.
정권 교체의 의지나 민생 지향 정책 강화는 민주당이라고 못하지 않다. "이번 총선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오자와 대표는 자민당 최연소 간사장을 지내다 1993년 탈당해 연립정당으로 전후 두 번째 정권 교체를 연출한 정계 개편의 프로다.
오자와는 일본도 군대를 보유하고 유엔 주도의 평화유지활동에도 참가해야 한다는 '보통국가론'을 통해 개헌 논의를 촉발했지만 아시아 외교를 중시하고 야스쿠니(靖國)신사의 A급 전범은 분사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정치인의 각 성청(省廳) 고위직 기용을 통한 국정 운용의 정치 주도 전환 ▦특수법인 폐지를 통한 행정 효율화 ▦국가 보조금 폐지 및 지방 재량 사용 가능 보조금제 창설 등 '관료 개혁' '민생 안정'을 화두로 내세우고 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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