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제한을 푸는 금산분리완화 등의 규제개혁 법안들도 빨리 처리되도록 당정간에 협조하고 행동으로 옮기라.”
리먼브러더스 파산신청, 메릴린치 매각, AIG 구제금융 등 긴박했던 일주일을 마감한 지난 토요일(20일) 청와대는 경제부처 장관과 금융위원장, 한국은행장 등을 소집해 긴급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규제완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청와대가 언급한 금융 규제개혁이란 ▦금산분리 원칙 완화 ▦산업은행 민영화 ▦파생상품 규제완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헤지펀드 규제완화 등 소위 ‘선진금융시스템 도입’을 의미한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주요골자로 하는 18개 법률 개정안과 3개 법률 제정안을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금융규제를 서둘러 풀어야겠다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현실인식은 국내외 시장상황과 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금융개혁’법안이 교본으로 삼은 미국 금융시스템은 지금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1,000조원 가량을 쏟아붓는 극약처방까지 구체화되는 긴박한 상황이다. 파생상품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감독의 부재(不在)가 이 같은 위기상황의 가장 큰 원인. 미국조차 ‘금융방임주의’를 반성하고, 파생상품 안전성을 위한 규제안을 내놓고 있다. 다른 금융 선진국들도 금융위기 역풍을 피하기 위해 금융감독시스템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런데도 우리만 금융규제를 서둘러 완화하라고 내몰고 있다. 금융 감독을 강화하고, 금융정책의 방향성을 바닥부터 재점검해야 한다는 시장과 전문가들의 ‘신중론’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현실과 거리가 먼 청와대의 금융인식은 ‘HSBC의 외환은행 인수건도 보다 서둘렀어야 했다’는 지적 역시 예외가 아니다. 경제의 피로 통하는 금융에 대한 정책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파괴력면에서 날카로운 메스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선진형 금융시스템을 위한다면서 긴 칼을 들이대는 한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성장성은 결코 담보될 수 없다는 사실부터 당국과 시장간 공유돼야 할 것 같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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