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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7000억달러 구제금융/ 금융 대공황 불길 차단 '마지막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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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7000억달러 구제금융/ 금융 대공황 불길 차단 '마지막 처방'

입력
2008.09.22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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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투여하는 미 재무부의 부실자산 처리법안이 대공황 이후 미국 경제의 최대 위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0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7,000억달러 규모의 공적자금 투입 법안은 지난 주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며 혼돈 속에 빠져들었던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의 ‘전례 없는 조치’에 대한 기대감과 금융주 공매도 전면금지 등의 영향으로 18, 19일 양일간 다우산업평균지수가 800포인트 가까이 치솟은 데 이어 20일 구제금융의 규모가 시장의 예상치인 5,000억달러보다 2,000억달러가 늘어난 7,000억달러로 결정됨에 따라 증시는 다시금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7,000억달러의 자금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할 예정이어서 채권가격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문제가 발생하는 기관마다 일일이 구제금융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회사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인 모기지 관련 부실자산을 매입하는 방법이어서 미 재무부나 FRB가 최근 양대 모기지 업체나 AIG 등을 살리기 위해 투입했던 구제금융 방안보다는 금융시장 안정에 훨씬 큰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연 7,000억달러로 충분한가, 투입되는 국민 세금은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 부실자산의 가격 산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 다양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간 금융회사의 ‘무모한 투자’로 인해 입은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데서 드러나는 도덕적 해이, 대규모 구제에 따른 정부 재정 악화 등도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같은 날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이번 방안이 납세자의 돈으로 부실자산을 훨씬 높은 가격에 사주지 않고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실자산을 비싼 값에 사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재무부가 제출한 법안에는 부실자산을 ‘역경매’ 방식으로 매입하겠다는 원칙만 나와 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나와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경제학자들이 이번 법안과 같은 광범위한 개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와 AP통신 등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전 FRB 부의장이었던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번 법안은 매우 적절한 조치다. 모기지시장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치로 모기지 대출에 숨통이 트이면 주택시장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이 대출 창구를 열어 모기지 대출이 좀더 쉬워지면 소비자들이 집을 살 여유가 생기므로, 적어도 집값 하락을 막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 금융위기를 예언한 비관주의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이번 조치의 효과를 높이 평가했다. 루비니 교수는 “10년 불황을 겪었던 일본의 전철을 밟을 위험이 줄어들었다”면서 “‘침체’라는 기차는 출발했지만 ‘회복’이라는 다음 역에 닿을 때까지 5년이 아닌 18개월 정도만 가면 된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권도 대선을 앞두고 이번 법안의 취지에 공감하고 있어 법안 통과도 쉬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금융위기가 자금 위축에 따른 실물경제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데 미 정부ㆍ금융권ㆍ정치권ㆍ학계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정부와 중앙은행, 의회의 지도자들은 현재의 금융시스템 문제가 우울한 정도가 아니라 종말론적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면서 “너무 많은 집에서 이자 지불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으며, 은행들은 피를 흘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코노믹 폴리시 인스티튜트의 저레드 번스타인은 “지나친 ‘위험 선호’의 반작용으로 이번에는 너무 심각한 ‘위험 회피’로 쏠리고 있다. 신용이 우수한 사람, 기관까지 대출을 얻을 수 없다”고 지적, 자금 경색이 풀려야 실물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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