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만델라에 이어 9년 동안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이끈 타보 음베키 대통령이 내년 4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불명예스럽게 물러나게 됐다. 차기 대통령으로는 제이콥 주마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총재가 유력하지만 현직 대통령의 조기 퇴진으로 인한 정국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남아공 집권당인 ANC는 20일 당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전국집행위원회(NEC) 회의를 열어 음베키 대통령을 축출키로 의결했다. 음베키 대통령은 “법적 요건이 갖춰지면 물러날 것”이라며 반발 없이 수용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12월 ANC 총재 경선에서 제이콥 주마 현 총재에게 패배한 음베키 대통령은 일찌감치 레임덕 현상에 시달려 왔다. NEC를 ‘정치적 라이벌’인 주마 총재 지지 세력이 장악한 상황에서 법원까지 부패 혐의로 기소된 주마 총재의 손을 들어주면서 음베키 대통령은 결정타를 맞게 됐다.
주마 총재는 무기거래와 관련해 프랑스 기업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돼 정치적 위기를 맞았지만 법원이 최근 기소중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물론 기소 과정에 음베키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점까지 내비쳤다. 법원 결정으로 여당인 ANC 내부에서조차 축출 움직임이 확산되자 음베키 대통령도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남아공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대통령을 해임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400석 중 279석을 차지하고 있는 ANC가 음베키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해도 몰아낼 수 있다.
음베키 대통령의 퇴진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남아공은 조기 총선에 돌입하거나 과도 정부를 구성해 내년 4월 주마 총재를 새 대통령으로 뽑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각료가 음베키 대통령의 사퇴에 반발해 동반 퇴진의사를 밝혀 향후 정치적 내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음베키 대통령은 정식교육을 받지 못한 주마 총재와 달리 영국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엘리트 정치인이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인 아버지의 후광으로 ANC의 요직을 거쳐 1994년 만델라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부통령에 지명됐다. 99년 6월에는 만델라 전 대통령에 이어 2기 흑인정권의 수장이 됐으며 2004년 4월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재임 중 기업 친화적 정책으로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면서 연평균 5%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고 남아공을 아프리카 최대 경제대국으로 탈바꿈 시켰지만 빈부격차를 심화 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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