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보험사, 사고 목격 아동에 배상책임 있다"

동생의 교통사고 장면을 목격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은 아동에게 보험사의 배상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D보험사가 박모(49)씨 가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이 같은 취지로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대법원은 "직접 외상을 입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은 잘못됐다"며 "동생이 갑자기 달려든 차에 치어 온 몸에 3군데의 골절상을 입는 광경을 바로 옆에서 봤고, 당시 만 9세에 불과해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경험칙상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00년 5월 박모(당시 9세)양은 한살 아래 동생이 승용차에 치여 사고를 당한 모습을 목격한 뒤 말을 하지 않고 불면증을 겪는 등 정신질환 증세를 보였다. 사고목격 후 3개월간 원형탈모 증세로 치료를 받기도 했다.

보험사가 낸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박양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해, 사고를 당한 동생에게 3,400여만원, 박양에게 2,800여만원, 나머지 가족에게 위자료 명목으로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언니의 경우 교통사고와 정신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동생에게 5,500여만원, 박양에게 880만원, 나머지 가족에게 800만원을 주라고 배상금액을 조정했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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