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호주 양국의 인구를 유지하는데 이바지할 시간이 임박해 옴에 따라 이번이 나의 마지막 칼럼이 될 듯 싶다. 11월 초에 셋째 아이를 출산할 예정인 나는 점점 불러오는 배 때문에 팔이 컴퓨터에 닿지 않아 이제는 일을 쉬려고 준비중이다. 나는 한국과 호주의 출생률에 각각 1.5명을 보태는 셈이다. 한국의 출생률 1.2 와 호주의 출생률 1.8 의 거의 평균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 9개월 간 다시 경험했던 것처럼 출산과 아기에 관한 문화적 차이점은 더없이 좋은 이야기 거리다. 한국은 임신, 출산과 관련해 다양하면서도 뿌리깊은 전통을 가지고 있다. 지친 산모와 어린 아기의 생명을 위협했던 환경을 고려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산모의 목욕을 금하고, 한 여름에도 아기를 여러 겹의 천으로 감싸고, 생후 3개월 동안 나들이를 자제하는 것은 산모와 아기를 보호하기 위한 사려 깊은 지혜라 할 수 있다.
호주를 비롯한 서양에서는 이와 반대다. 출산 직후 샤워를 하고 아기에게 계절에 맞는 옷을 입히며 신체와 정신 건강을 위해 가능한 밖으로 돌아다닌다. 나는 어떤 방식을 택해야 하나?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한국과 호주의 신생아, 산모, 유아 및 성인 사망률 통계를 보고 내 나름대로 해석한 결과는 한국식 또는 호주식 중 특별히 어느 한 쪽이 옳다거나 틀렸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과 호주는 모두 비교적 평균 수명이 높을 뿐 아니라 산모 및 유아 사망률도 낮다. 따라서 나의 접근법은 간단하다. 나와 아이에게 가장 좋은 방식을 따르는 것이다. 출산 후에 기분 좋게 장시간 샤워를 하고 약간의 미역국을 먹고 싶다. 2003년 6월에 태어난 첫 아이 출산 때는 미이라처럼 천으로 꽁꽁 쌀 필요는 느끼지 못했지만 이번 11월에는 어쩌면 그렇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문화적 차이의 또 다른 예로 아이 이름을 들 수 있다. 호주에서는 아이 이름은 전적으로 부모가 선택한다. 태어날 아이의 형제 자매가 이름을 제안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름 짓기는 중대한 가족사이거나 전문적인 일인 듯 하다. 실제로 최근에 내가 근무하는 건물 뒤편에서 '신생아 작명소'라는 대형 간판을 목격한 바 있다.
첫 아이를 가졌을 때는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해 아이는 'Sam'과 '주현'이라는 전혀 다른 두 개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이 상당히 당혹스러웠지만 지금은 아들이 두 개의 이름에 아무런 어려움을 겪지 않는 걸 보고서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호주 친척들은 여전히 헷갈려 한다.
그래서 두 번 째 아이를 가졌을 때 남편과 나는 신중하게 생각한 끝에 영어와 한국어 모두에 어울리는 "Rommy, 로미"라는 이름을 찾아냈다. 좋은 이름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태어날 아이를 위해 또 다시 기분 좋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출생 증명서를 보면 아이들의 이름이 꽤나 복잡하다. 처음이름과 가운데 이름 그리고 남편 쪽 성(최)과 외가 쪽 성을 모두 하이픈 (-)으로 연결한 성이 적혀 있다. 나는 긴 이름을 싫어하지만 결국 기억할 만한 이름이 인생에서 유용할 때가 있을 뿐 아니라 졸업식 같은 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내 어머니의 생각에 따르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이런 영감 넘치는 이름은 남편의 족보에 기록될 수 없다. 한글 이름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내 이름도 기록될 수 없다. 따라서 내 아이들은 공식적으로는 엄마 없이 태어난 셈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내 아이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까.
메리-제인 리디코트 주한 호주대사관 교육참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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