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밤 9시 성산대교 북단 밑 한강시민공원. 노사연의 '만남'이 진한 색소폰 소리를 타고 가을 밤 하늘에 울려 퍼지자, 자전거를 타고 산책하던 시민들은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가을 저녁 한강변에 은은히 울려 퍼지는 선율은 음악을 들려주는 이와 듣는 이 모두에게 편안함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한강 둔치에서 정기무료공연을 펼치는 '한강의 악사들'이 한강에 운치를 더하고 있다. 현재 한강사업본부의 허가를 받아 한강 일대에서 운율을 뽐내는 이들은 망원지구의 '월드 하모니', 잠실지구의 '재즈노트봉사단', 잠원지구의 '아이로 피플'등이다.
2000년 결성된 '월드 하모니'는 6년째 월~토요일 저녁 성산대교 아래서 실력을 뽐내고 있다. 30여명의 회원들은 순번을 정해 5,6명씩 돌아가며 색소폰, 기타 등을 연주하며 재즈, 팝, 가요 등을 선보이고 있다.
한 재즈연주학원의 원생들이 모인 '재즈노트봉사단'은 매주 금요일 잠실대교 남단에서 재즈, 트로트, 올드팝을 들려준다.
반면 '아이로 피플'은 순회 공연에 나서고 있다. 한강 공연이 1,500회에 달한다는 팀의 리더 아이로(필명)씨는 밴드 멤버들과 함께 목, 금요일엔 잠원지구, 토요일엔 여의도, 일요일엔 망원지구를 섭렵하고 있다.
이들은 1,000만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장비를 구입하고, 공연마다 20~30만원씩 드는 경비도 모두 자비로 해결하고 있다. 아마추어지만 색소폰 드럼 기타 팬플루트 등의 수많은 악기를 갖춘 것은 기본이고 나름대로 스피커, 조명, 앰프 등의 고가 장비도 갖췄다.
30~60대의 회사원, 요리사, 경찰 등 각양각색의 직업을 가진 세 단체의 회원들아 자비를 털어가며 자선공연을 하는 첫째 이유는 '음악 사랑'이다.
'월드 하모니'의 이영환(54)회장은 "음악이 좋아 한강에 나와 악기 연습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슷한 사람을 만나 연습하게 됐고, 또 지나가는 시민들이 구경하며 즐거워하는 걸 보고 본격적으로 공연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시민과의 교감을 높이기 위해 공연 중간중간 신청 곡을 받아 시민들과의 교감을 높인다. 그러다 보니 익명의 관객으로부터 통닭을 배달 받는 등 관중들과의 즐거운 일화도 많다.
월드하모니 이 회장은 "지난해 '눈물 젖은 두만강'을 연주했을 때였어요. 한 할아버지가 연주를 듣고 울면서 꼬깃꼬깃 구겨진 삼천원을 손에 꼭 쥐어주는 겁니다. 음료수라도 사 마시라고. 그날 회원들이 다 울었죠."
이웃 간의 정을 느끼기 힘든 요즘, 한강 공연은 소시민들의 만남 터 역할까지 하고 있다.
3년째 월드 하모니의 팬이라는 허순자(39)씨는 공연을 보다 만난 12명의 사람들과 계 모임까지 만들 만큼 친해졌다.
그는 "공연에 대한 평가와 단원들의 심리상태, 연주패턴까지 거론할 만큼 가족 이상의 끈끈한 정으로 뭉쳐있다"면서 "직업과 나이는 다 다르지만 이런 얘기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웃었다.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자 한강시민공원을 관리하는 서울시도 '한강공연'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한강을 찾는 시민들이 더 많은 무료 콘서트를 즐길 수 있도록 공연 팀을 확대키로 한 것이다.
한강사업본부 박대식 운영관리팀장은 "한강 활성화를 위해 이 같은 작은 예술활동의 의미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작은 예술활동 유치추진계획을 세워 한강시민공원 12개 지구에 각각 무료공연을 펼칠 단체들을 모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장재원 인턴기자(이화여대 국문과)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