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보수 색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고교 한국 근ㆍ현대사 교과서 개정 요청을 한 사실(본보 20일자 보도)이 알려지자 여야 정치권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좌파정권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바로잡는 온당한 지적이라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 문제는 내달 6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햇볕정책’ 용어 삭제와 북한에 대한 비판적 시각 보완 등을 주로 하는 통일부의 개정 요구를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은 확연히 달랐다. 한나라당 나경원 6정조위원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년 간 교과서의 이념편향 논란은 끊임 없었고, 18일 ‘교과서 포럼’ 관계자들과 당의 간담회에서도 현 교과서의 이념편향 문제 지적이 나왔다”며 “이런 우려를 금주 중 당정협의를 통해 정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념적으로 편향된 부분은 바로잡아야 하고, 한국 역사에 대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역사교과서가 필요하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윤상현 대변인도 통일부의 의견에 대해 “좌파정권이 퍼트린 자학의 패배적 역사인식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로 바로 세우기 위한 시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권은 특히 교육과학기술부 주관으로 일부 근ㆍ현대사 교과서에 대한 수정안을 마련, 내년 1학기부터 수정된 교과서를 내도록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국방부의 개정 요구에 이어 통일부까지 시대착오적 우를 범하고 있다”며 “남북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통일부의 주장은 냉전시대로 되돌아가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논리”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역사를 부인하고, 남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구시대적 발상은 하루 속히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최재성 대변인도 “정부 여당이 마치 선전포고를 하는 것 같다”며 “국민들을 갈등의 늪으로 빠뜨리는 무모하고 필요 없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아이들을 친독재권력, 친재벌의 시각에 가두려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통일부는 이날 ‘햇볕정책’을 ‘화해협력정책’으로 쓰자는 것은 김대중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공식 용어를 찾아 주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용어 변경을 갖고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냐고 보는 시각은 맞지 않다”며 “두 용어를 병행 사용할 수도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 애칭이자 국내ㆍ외적으로 대다수 사람들이 익숙한 ‘햇볕정책’(Sunshine Policy)이라는 용어를 교과서에서 굳이 사용하지 말자고 한 데는 무슨 배경이 있지 않느냐는 관측은 여전하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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