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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60년, 대표 기업의 성공DNA] <10·끝> 도전 없이 성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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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60년, 대표 기업의 성공DNA] <10·끝> 도전 없이 성장 없다

입력
2008.09.22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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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7월 말. 박용곤 명예회장은 두산의 창업주 고 박승직 선생이 서울 종로 4가에 '박승직 상점'을 연지 꼭 100년이 되는 뜻 깊은 기념일(8월1일)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기 위해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에 의뢰한 보고서 결과가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두산의 현 상태는 회사의 존폐가 걱정될 정도에 이르렀다. 업종을 바꾸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주력사였던 OB맥주의 시장점유율은 급격하게 떨어졌고, 다른 계열사는 성장성과 수익성이 정체되고 있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위기는 인정했지만 100년간 이어온 가업을 접기도 쉽지 않았다.

장고에 들어간 박 명예회장은 결국 계열사 CEO모임을 긴급소집 해 "선대에서 각고의 노력을 해서 100년을 지켜온 기업을 우리 대에서 흔들리게 할 수 없다. 그리고 두산이라는 이름이 다음 세대로 넘어가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가업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고 발표했다. 구조조정의 신호탄이자 두산의 새로운 100년을 설계하는 결단의 순간이었다.

■ 간판을 빼고 모두 바꾸라

박 명예회장은 결단을 내린 후 곧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96년 한국네슬레, 한국3M, 한국코닥 등을 차례로 매각하며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그리고 98년에는 두산씨그램을, 그리고 2001년에는 두산의 모태이자 주력사였던 OB맥주까지도 매각하며 두산이라는 간판을 빼고 모두 바꾸는 대대적인 혁신작업에 돌입했다.

내로라하는 알짜기업을 차례로 시장에 내놓자 이제 사업을 접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샀지만 박용성 회장은 "나에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다"라는 걸레론을 내세우며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김진 두산 사장은 "매각작업이 신나게 진행중이던 당시 금융권에서는 두산이 망하는 것이 아니냐는 루머까지 돌았다"며 "실제로 국내에서는 구조조정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었고 그런 오해를 풀기 위해 진땀을 뺐다"고 회상했다.

결국 두산의 한 발 빠른 결정은 이후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국내 대표 그룹들이 줄줄이 쓰러졌고, 우량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두산만은 예외였다. 자금은 넉넉했고,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기 위한 기회를 포착하는데 모든 역량을 쏟았다.

■ 과감한 M&A로 새로운 100년을 열다.

두산 그룹이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것은 인프라 지원사업인 ISB(Infrastructure Support Business) 분야. ISB는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 기존의 사회간접시설 뿐 아니라 에너지, 국방, 생산설비, 물류 및 운송설비 등이 망라되는 사업으로 연간 세계 시장규모가 8,700조원에 달한다.

박 명예회장과 박용성 회장 등 두산 그룹 핵심 경영진들은 세계경제가 회복될 경우 인프라 구축사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과감한 인수합병(M&A)에 나섰다.

첫 출발은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인수였다. 인수 당시만 해도 소비재사업 중심이었던 두산이 중후장대한 중공업을 어떻게 경영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팽배했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은 저수익 사업이었던 제철, 화공 사업 등을 정리하고 발전, 담수 등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나갔다.

그 결과 2000년 매출 2조4,000억원으로 적자 상태였던 기업을 2007년 매출 4조895억원, 당기순이익 2,897억원의 우량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성공했다. 두산은 한국중공업 인수 이후 2003년 고려산업개발, 2005년 대우종합기계까지 인수, 소비재 그룹의 이미지를 털고 국내 대표의 중공업 그룹으로 도약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두산의 질주는 눈부셨다. 2005년 담수설비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 AES사를 사들이는 것을 시작으로 2006년에는 발전소 보일러 분야의 4대 원천기술 업체 중 하나인 영국의 미쓰이밥콕을 인수하고, 이듬해에 미국 CTI사, 중국 옌타이유화기계 등을 인수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국내 업체의 해외 M&A 중 최대인 49억달러 규모의 미국 잉거솔랜드 3개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ISB로서의 완벽한 사업포트폴리오 변화를 이루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세계경제가 침체에 들어선 올해도 대형 굴절식 트럭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노르웨이의 목시사를 인수하는 등 핵심 기술 확보에 전력을 쏟으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했다.

■ 최고(最古)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두산은 대대적인 변화를 통해 스스로 '청년두산'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역동적인 성장을 해가고 있지만 112년이라는 역사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창업 4세대째를 맞을 정도로 국내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진 기업인 만큼 '정직과 신뢰, 인화'라는 100년의 경영철학은 변함이 없다.

창업주인 박승직 선생은 일제 점령기에 민족자본이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은 오직 정직과 신뢰임을 강조했고, 그 정신은 지금까지 남아 유지되고 있다. 또한 두산은 "특히 인사부문 등에서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적용해 두산그룹 내에서는 오직 두산파만이 존재한다"고 설명할 정도로 인화의 기업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두산은 이 같은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눈부신 성과를 이뤄냈다. 실제 두산은 98년 3조3,000억원에 불과하던 그룹 매출이 11년만인 올해 8배 가까이 성장한 23조원을 바라보고 있고, 영업이익도 700억원에서 무려 30배가 성장한 2조1,000억원을 기대할 정도로 초고속성장을 거듭했다.

두산은 향후 해외사업 포트폴리오의 지속적인 확장과 함께 새로운 식구가 된 해외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에 주력, 글로벌 일류기업을 구현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글로벌 일류기업 구현을 위해 올해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지속적인 추진 ▲수익성 및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적 개선 ▲운영과 프로세스의 탁월성 확보 ▲기술과 품질의 선도 등 4대 전략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두산은 이 같은 노력을 통해 2015년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 그리고 매출 중 90%를 해외에서 달성해 국내 대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선다는 계획이다.

●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선진 기술 확보 위한 M&A 계속"

"선진업체가 달아나는 속도가 후발업체가 추격하는 속도보다 빠른 것이 글로벌 시장의 현실이다. 선진업체와 기술격차를 줄이기 위해 M&A는 계속 될 것이다."

박용만(53)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향후 인수합병을 통한 선진 기술 확보라는 두산그룹의 전략에 변화가 없으며 현재 불황기를 도약을 위한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형인 박용성(68) 두산그룹 회장과 함께 '새로운 두산'을 준비하는 핵심 경영진이다. 박용성 회장이 두산의 새로운 100년을 기획하는 설계자라면 박 회장은 M&A를 통해 이를 현실화하는 전략가로 불린다.

지난해 밥캣을 인수한 후 글로벌 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는 박 회장은 "세계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 향후 2년간 원천기술 확보한 국내외 기업을 사들이는 M&A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에 대해 "내년 후반부터 세계경제는 느리기는 하지만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한 그는 "현재 경기하강 국면에 대비한 방어적 전략보다는 예상되는 경기회복을 초점을 맞춰 준비해야 할 때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머징 마켓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르고 강력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대해 적극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회장은 "과거 세계경제는 선진국이 주도하고 후진국이 따라가는 형태였지만 현재는 이머징마켓이 선진경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세계 경제를 역동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며 "그룹 핵심인 인프라 구축 관련 사업은 수요가 풍부한 이머징마켓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포기에 대해서는 "그룹 핵심전략 강화를 위한 합리적 선택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대우조선 인수는 그룹 성장전략을 위해 고려하던 여러 옵션 중의 하나였을 뿐"이라며 "대우조선 인수보다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최종 결론을 내렸고, 많은 분들이 잘한 결정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인수한 밥캣의 실적 우려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비쳤다. 미국 시장의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역사적으로 미국 내 건설 경기 사이클이 2년 이상 하강 한 적이 없고, 건설기계는 내용연수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대체 수요가 일어나기 때문에 지나친 실적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두산그룹이 추진해온 M&A가 '지나친 몸집을 불리기가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도 "외부에서 '아직 배가 고프다'거나 '왕성한 식욕' 등으로 표현하는데 솔직히 부담스럽다"며 "우리에게 M&A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스피드있게 갖춰 나가는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세계 경제가 불황이지만 오히려 경쟁력을 확보하기 좋은 여건이 마련된 만큼 그룹의 핵심역량강화를 위한 M&A에 전력을 다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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