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탁 지음/세종서적 발행ㆍ256쪽ㆍ1만2,000원
눈만 뜨면 '웰빙'을 소리치는 이 사회, 진정 필요한 것은 '웰 다잉(well-dying)'이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20명을 훌쩍 넘는 현재 한국이 자살 문제를 나 몰라라 한다면 자기 기만이다. 2005년 이래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의 자살률이다. 차 안에 연탄을 피워 놓고 숨진 한 연예인의 기억도 머잖아 또다른 자살에 의해 희미해질지 모른다.
이 책은 사람들이 자살에 대해 '몰라서' 자살한다고 지적한다. 나만 고통을 당한다, 자살로 고통을 벗어날 수 있다, 세상이 나를 자살하게 한다, 자살하면 세상과 완전히 결별할 수 있다는 4가지 미망으로부터 아까운 목숨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해가 곧 자살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의 자살은 불특정 다수에게서 무차별적으로, 예측 불허의 상황에서 발생하므로 더 심각하다. 모두 성공에 목 매달지만, 패배자에 대한 배려는 전무한 21세기 한국을 정확히 반영한다. 성적이 떨어졌다고 초등학생이 자살하는 이 승자 독식의 사회, 최소한의 사회안전망보다 시급한 것이 죽음에 대한 이해다.
죽음은 삶의 단절이 아니다. 삶의 한 단계가 다음 단계로 이동하는, 통과의례에 불과하다. 결정적 관건은 현재의 고통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다. 인간 존재는 어려운 상황에 처할수록 깊이와 진면목을 보인다는 것, 현재의 고통은 영혼의 성숙을 위해 신이 주는 '위장된 축복'일 수 있다는 것이다.
77쪽에 달하는 권말 부록 '자살 예방 교육의 실제'는 생생한 사례들 덕에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온ㆍ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16주 과정의 수업에서 대학생들이 자신의 내면을 똑바로 응시하고, 죽음에의 유혹을 떨쳐내기까지가 사례 분석의 형식으로 기록돼 있다.
책을 쓴 오진탁(49ㆍ사진) 한림대 철학과 교수는 국내 최초로 생사학(thanatology)을 소개한 학자다. 1997년부터 교내 강좌를 시작으로, 60세 이상 노인들을 상대로 한 강의 '웰 다잉, 아름다운 마침표' 등 일반인들을 위한 강연과 저작 활동을 인정 받아 지난 11일 세계자살예방의날 기념식에서 보건복지가족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