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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 금융권에 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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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 금융권에 돈이 없다

입력
2008.09.2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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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 경색이 심화하면서 은행은 물론이고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과 비제도권 금융회사(대부업체 등)도 돈줄이 막히는 '돈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다. 자금 조달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가운데 시중금리마저 올라 조달비용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형국이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16일 200억원 규모의 회사채(2년 만기)를 7.48%의 금리로 발행했다. 4월(6%)과 6월(6.85%) 발행 금리와 비교하면 5개월 만에 1.48%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신한카드의 회사채(3년 만기) 발행금리 역시 3월(5.72%) 6월(6.87%) 8월(7.67%) 등 갈수록 뛰어오르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아직은 카드사들의 신용도가 높은 편이어서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금리가 높아지는 점은 아무래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할부금융사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카드사처럼 든든한 모(母)그룹 덕을 누릴 수 없을 뿐더러 금리 변동성이 커지는 바람에 회사채를 발행해도 인수자를 찾기 힘든 탓이다.

지표상으로도 여신(돈을 빌려주는)전문 금융회사의 채권 발행 급감세는 뚜렷하다. 신용카드사 발행채권은 7월 7,500억원에서 지난달 5,400억원으로 감소했고, 할부금융사의 지난달 발행채권 규모(3,910억원)는 6월(1조2,960억원)에 비해 4분의 1 수준이다.

예금과 적금을 통해 고객의 돈을 예치하는(수신) 금융회사의 자금 사정도 나빠지고 있다. 저축은행은 고객 자금을 한푼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무리한 '이자전쟁'에 나서는 상황이다.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이미 7%를 넘어섰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등의 연체율이 올라가 어려움을 겪는 곳이 수두룩하다"고 귀띔했다.

시중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예금 및 은행채 금리 상승으로 비용 부담은 늘어나는 반면,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해외 차입은 꽉 막혔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탓에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거래되는 오버나이트(하루짜리 달러 대출) 금리가 6~9%대로 치솟는 등 단기 외화차입도 여의치 않다. 국내 은행은 1개월짜리 외화대출에 1% 이상의 프리미엄을 적용 받고 있는데도 조달이 쉽지 않다.

산업은행은 이번 주 발행 예정이던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 발행을 연기했다. AIG의 신용등급이 하락했고, 워싱턴뮤추얼도 위태로운 상황이라 1∼2주는 기다려봐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주로 저축은행이나 할부금융사에서 돈을 끌어오는 대형 대부업체 등 비제도권 금융회사도 형편이 좋지 않다. 위(저축은행 할부금융사)에서 혈관이 막히니 아래(대부업체)는 돈줄이 말라버린 형국이다. 보험사 등 다른 '돈맥'을 찾고 있지만, 금융시장 전반의 자금경색이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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