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3년을 끌어온 외환은행 매각이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간의 주된 장애물이 '헐값 매각' '국부 유출' 같은 정서적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매각 조건'이라는 현실적 문제가 추가 암초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불안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국내외 금융환경에서 외환은행 해법은 갈수록 복잡한 방정식일 수밖에 없게 됐다.
■ 매각 왜 무산됐나
표면적인 제1 원인은 외환은행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HSBC가 벌인 인수가격 재협상이 결렬된 점이다. HSBC는 19일 '현재 자산가치를 고려한'이라는 완곡한 표현을 썼지만, 결국 "더 싸게 팔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포기한 모양새다.
HSBC와 론스타는 올 4월 한차례 매매계약 기간을 연장한 뒤, 시한을 넘긴 7월말 이후에도 물밑에서 가격 재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협상은 순탄치 않았다. 외환은행 주가가 애초 계약 당시보다 크게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양측이 외환은행 지분 51.02%를 두고 체결했던 인수가격은 주당 1만8,045원(60억1,800만 달러ㆍ약 6조원). 양측은 올 1월 그사이 현금배당 분을 감안해 가격을 주당 1만7,725원으로 조정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주가는 증시 부진으로 이후 계속 하락, 최근에는 1만2,650원(18일 현재)까지 떨어졌다.
HSBC는 이를 감안해 주당 인수가격을 1만2,800원으로 낮춰줄 것을 요구했으나 론스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HSBC가 이날 "작년에 체결된 인수 조건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주주들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도 가격 차이가 1차적인 포기 배경이었음을 보여준다.
물론, 더 근본적인 이유는 최근 외환은행보다 훨씬 매력적인 매물이 국제 금융시장에 수두룩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론스타가 수용하기 힘든 가격을 제시한 것은 HSBC가 계약을 연장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길어진 협상기간과 여전한 법적 불확실성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가 비록 최근 매각 심사에 착수했지만 명확한 승인 시점은 여전히 안갯속이었다. HSBC와 론스타는 그동안 우리 정부에 9월 말까지 승인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동안 외환은행과 관련된 수 차례 판결 때 마다 금융당국이 "법적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매각승인을 늦추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혀 온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 론스타의 카드는
단기 투자성향이 강한 사모펀드 론스타는 더욱 애가 타게 됐다. 론스타로서는 일단 외환은행 보유 지분을 금융위의 승인이 필요없는 10% 미만으로 쪼개 파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펀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회수 압박이 커진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고라도 최대한 처분을 서두를 경우 가능한 해법이다.
다른 방법은 국내외에서 새로운 인수자를 물색하는 것이다. 시간은 더 걸리지만 매각 차익을 그나마
더 챙길 수 있다. 당장 미국발 금융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해외 금융기관은 선뜻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은행들은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불안한 자금사정이 국내외 회사를 가리지 않는 점이 변수다.
'열 받은'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론스타는 앞서 올 7월 매각 승인 절차가 지연될 경우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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