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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웃' 가식으로 뭉친 '이웃'… '아웃' 당해가는 인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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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웃' 가식으로 뭉친 '이웃'… '아웃' 당해가는 인간성

입력
2008.09.22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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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선 지음/문학수첩 발행ㆍ272쪽ㆍ9,500원

'도시=익명의 세계, 몰인정과 폭력 : 농촌= 관계망의 세계, 인정과 비폭력' 같은 전통적인 이항대립은, 슬프게도 우리 현실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 같다.

한 폐쇄적인 농촌사회에서 벌어지는 세태풍속을 사실적으로 풀어가는 장편소설 <아웃> 은 작은 이익 앞에서도 서로를 의심하고 배척하는 인간들, 유ㆍ무형의 폭력이 횡행하게 된 농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배경은 강원도의 작은 마을 위현리. 마을 숙원사업인 보건진료소의 신축 기념잔치가 끝나자 기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힘깨나 쓴다는 마을 노파들이 소설의 화자인 타지 출신 보건진료소장을 사람이 살갑지 않다는 구실로 은근슬쩍 밀어내려 하기 때문. 노파들은 그저 자신들이 선물한 벽시계가 보건진료소에 걸리지 않았다는 구실로, 상급기관에다 진료소장에 대한 사퇴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서로가 보이지 않을 때면 '불여시' '미친년'으로 험담하며 견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마을 노파들. 그러나 화자가 실상 그들이 회유를 거부하는 자신을 희생양 삼아 위선적 연대의식을 확인하고 있음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원칙주의자인 주인공이 허망하게 '아웃'돼가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도시고 농촌이고를 떠나 점점 영악하고 이기적으로 변모한 인간관계의 현대적 속성을 확인할 수 있을 터다.

산업화로 인한 농촌공동체의 해체, 인간성의 상실이 1960,70년대 우리 농촌의 현실이었다면 21세기의 우리 농촌 역시 비인간화의 문제에 맞닥뜨리고 있다고 강원 태백 출신의 작가 주영선(42ㆍ사진)씨는 말한다. 그는 "'웰빙도시 건설' '정보화 마을' 등 지방자치제 이후 지역 리더들이 '보이는 행정'을 추구하면서 작은 이권을 둘러싸고 민심이 황폐해지고 있다"며 "가해자이자 피해자이기도 한 농촌 사람들의 모습은 다름아닌 우리들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2008년 문학수첩 작가상 수상작이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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