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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 외환銀 왜 포기했나

입력
2008.09.22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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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은행인 영국계 HSBC가 19일 외환은행 인수 포기를 전격 선언했다. HSBC는 이날 성명을 통해 "세계 금융시장의 최근 자산가치를 포함한 모든 관련 요소를 고려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계약을 종결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로선 갑작스러운 일이지만, HSBC의 포기 선언은 어쩌면 예견된 수순이었다. 지금 뉴욕 월가에는 생존이 다급해진 세계적 금융회사들이 바겐세일 매물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HSBC는 벌써부터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같은 회사의 유력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주가 폭락으로 시가총액이 50조원 아래로까지 떨어진 이들 회사에 비하면, 6조원대에 사려 했던 아시아 신흥국 중소형 은행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최근 위기가 금융회사 간 유동성 확보 전쟁으로 번지는 마당에, 굳이 거액의 실탄을 소비할 여력도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HSBC로선 지금의 위기상황을 감안한 '현실적'인 할인 가격을 제시했다가, 론스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딜을 접었다고 볼 수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론스타와 HSBC 간에 상당한 가격 차가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내내 여론의 눈치를 살피다, 지난달부터 '매각 허가'로 입장을 바꾼 금융위는 당장 '허탈한' 처지에 놓였다. 최근 '사실상 승인 의사'까지 표명했던 만큼, '닭 쫓던 개' 신세가 된 셈이다. 하지만 뜸들여 나온 당국의 의지는 냉혹한 '머니게임'의 세계에서 고려 대상이 되지 못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급변하는 국제 금융환경에서 발 빠른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비난은 면키 어려울 듯 하다.

외환은행이 다시 매물로 나오면서, 국내 금융권은 또 한 번 판도 변화의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당장 국민지주 등 여러 회사가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표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요즘처럼 금융환경이 불확실한 시기에 섣부른 인수는 자칫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불똥이 이제 국내 은행권의 인수ㆍ합병(M&A) 대전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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