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용 지음/눈빛출판사 발행ㆍ360쪽ㆍ1만5,000원
발목을 노리는 지뢰 더미 바로 옆에 일상과, 세상에서 가장 잘 보존된 생태계가 공존한다. 지구촌 마지막 냉전의 현장 비무장지대(DMZ). 이것은 축복인가, 비극인가.
그곳에 정통한 현직 사진기자가 비무장지대의 자연과 인간을 렌즈에 담고, 숨은 이야기를 글로 풀었다. 10년째 중동부 전선을 출입해 오고 있는 기자에게조차 DMZ는 "점 여행"만을 허락했다. 길은 모두 토막 나 있었고, 그 너머로는 갈 엄두조차 못냈다. 자연, 인간, 공존 등의 주제로 나뉜 책은 우선 사진작품집을 방불케 하는 영상들로 아쉬움을 달랜다.
철원읍 대마리 비무장지대 주변에서 매년 8월 30일 열리는 입주기념 마을잔치의 정겨움, 펀치볼(양구군 해안면)에서 고사리를 따다 지뢰에 왼무릎 아래를 잃은 82세 할머니의 끈질긴 통증, 그 지뢰밭 사이의 찬란한 단풍, 젊은 시절 간호장교로 일한 백골부대에서 5,000여회나 안보강연을 하다 4년 전 숨진 할머니 등 외지인들은 결코 알 길 없는 비무장지대 사람들의 사연이 마음을 붙든다.
전쟁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상처를 걷어내니, 눈보다 흰 속살이다. 형형색색의 초목, 1ㆍ4 후퇴 당시 함경도에서 피난 온 사람들이 통일을 고대하며 모여 사는 아바이마을(강원 속초시 청호동), 정전협정과 함께 멈춰 이제는 녹 투성이가 된 DMZ 증기 기관차 등 켜켜이 비원(悲願)이다.
저자 이해용(40)씨는 연합뉴스 강원취재본부 기자. 기자의 냉정한 시선과, 인간의 온기를 담으려는 작가의 따스한 몸짓을 눅여냈다. 이산가족의 한을 품고 사는 부모 아래 성장한 그는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와 공존으로 나아가는 열쇠를 DMZ에서 찾고 싶었다"며 "소중한 증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분들께 인사한다"고 밝혔다.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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