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상금 40만 달러. 국제 기전 중에서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린 제6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준결승전이 오는 23일부터 태국 방콕 수코타이 호텔에서 벌어진다. 한국은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 등 세 명이 준결승전에 진출해 우승 전망이 매우 밝다.
한국 랭킹 1, 2위를 다투는 이창호와 이세돌이 오랜만에 맞대결을 펼친다. 또 지난 제5회 대회에서 창하오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던 최철한이 최근 세계 대회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국의 신예 류싱(7단)과 격돌한다. 이번 준결승전은 3전2선승제로 23일과 25일 열리는 1, 2국에서 승부가 가려지지 않으면 27일 최종국을 벌여 결승 진출자를 가린다.
준결승전 두 판 모두 국내 바둑 팬들로는 절대로 놓칠 수 없는 일대 승부다. 먼저 이창호와 이세돌의 맞대결은 무척 오랜만이다.
최근 이창호가 컨디션 난조로 주춤하는 사이 이세돌이 세계 최강자로 부상했지만 이창호와 정면 승부를 벌여 이긴 게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실제로 그동안 두 기사의 맞대결에서는 이창호가 우세를 보이고 있다.
1999년 3월 첫 대결을 가진 이후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43번 맞대결을 펼쳤는데 결과는 24승19패로 이창호가 앞서 있다. 3번기나 5번기로 벌어지는 타이틀 매치에서는 더욱 압도적인 우세다.
그동안 5차례 타이틀 매치를 벌였는데 이창호가 네 번, 이세돌이 한 번 우승했다. 이창호가 2001년 LG배(3-2)와 바둑왕전(2-0), 2002년과 2004년 왕위전(두 번 다 3-2)에서 이겼고 이세돌은 2003년 LG배(3-1)서 승리했다. 타이틀 매치는 아니지만 가장 최근에 있었던 번기 대결인 제49기 국수전 도전자 결정전 3번기(2006년 1월)에서도 이창호가 이겼다.
하지만 현재 객관적인 성적에서는 이세돌이 앞서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세돌이 국내외 6관왕, 이창호가 5관왕으로 겉으로 드러난 수치는 엇비슷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다.
이세돌이 삼성화재배 LG배 도요타덴소배 TV아시아선수권 등 세계 타이틀을 4개나 보유하고 있는 데 비해 이창호는 마이너기전인 중환배 하나 뿐이다. 이번 대결이 과연 누가 세계 바둑계의 지존인가를 확실히 가리는 정면 승부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특히 응씨배는 세계 최대 우승 상금이 걸려 있는데다 4년마다 한 번씩 열려 희소성이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세돌도 연초 한 인터뷰에서 "응씨배가 가장 탐나는 타이틀"이라며 속내를 드러냈었다. 이에 맞서 이창호도 "올해는 이세돌을 겁나게 해주겠다"고 선언한 바 있어 과연 이들의 맞대결 결과가 어찌될 지 매우 궁금하다.
4년만에 다시 응씨배에 도전하는 최철한과 최근 국제 기전에서 갑자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국의 신예 류싱과의 3번기도 관심거리다. 특히 지난 대회 준우승자 최철한이 이번 준결승전에 임하는 각오는 남다르다.
돌이켜 보면 한국 바둑계로서는 응씨배가 매우 고마운 대회다. 1989년 제1회 대회 때 조훈현이 중국의 녜웨이핑을 꺾고 우승함으로써 당시까지만 해도 세계 바둑계의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이 단박에 중원에 우뚝 서게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등 한국의 4천왕이 제4회까지 대를 이어 가며 우승을 차지, 한국 바둑이 세계 최강임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난 제5회 대회 결승전에서 최철한이 창하오에게 1대3으로 패함으로써 한국의 연속 우승이 좌절됐다. 최철한은 응씨배 패배의 충격이 컸는지 그 후 시름시름 기운을 잃기 시작하면서 연전 연패를 하더니 급기야 부동의 랭킹 3위에서 최근에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올 들어 최철한이 다시 살아났다. 현재 39승11패(승률 78%)로 다승 5위, 승률 4위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번 대회서도 중국의 1인자 구리와 떠오르는 신예 박문요를 격파, 기세를 올렸다.
게다가 최철한으로서는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최철한은 이번에 전기 준우승자 자격으로 본선 시드를 받았지만 한국기원의 세계 대회 출전 기준이 랭킹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랭킹 10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최철한으로서는 앞으로 세계 대회 출전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준결승전 상대인 류싱은 올해 24살로 올해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신예 강자다. 국내 타이틀인 아함동산배를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후지쓰배 4강, 도요타덴소배 8강까지 올랐다. 최철한과는 첫 대결이다. 과연 최철한이 통쾌한 승리를 거둬 지난 대회의 아픔을 씻으면서 한국의 응씨배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0361@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固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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