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은 전도연이 스크린에 돌아왔다.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25일 개봉)에서 옛 남자친구(하정우)에게 빚 독촉을 하는 까칠한 노처녀 희수가 그가 맡은 역할이다.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만난 ‘칸의 여왕’ 전도연은 짬을 내 늦은 아침식사를 했다. 임신 6개월. “임산부의 특권이라는 입덧 좀 해봤으면 좋겠는데 워낙 잘 먹는다”며 유쾌한 미소를 짓던 전도연은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저를 보는 기준으로 삼는 사람들의 시선이 가장 두렵고 무섭다”고 말했다. 전도연은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이전과 이후에 대해 “그냥 수식어만 달라졌다”고 겸손해 했다. “전도연이란 배우가 과대포장돼 사람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을까” 두려워 이번 영화 출연이 큰 부담이 됐다고도 했다. 그러나 “외국에서 출연 제의가 더 많이 들어온다”며 ‘칸 프리미엄’에 따른 달라진 위상도 시사했다. “외국 감독들과의 작업은 제가 준비가 안 돼서 거부했어요. 언어문제 때문이죠. 더빙 제안도 있었지만 일에 대한 제 애정의 척도로 본다면 받아들일 수가 없더라고요. 칸을 다녀온 후 많은 자극을 받았어요. 내가 세상에서 할 일이 너무 많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멋진 하루’의 제작비는 20억원. 저예산영화는 아니지만 여왕을 품기엔 부피가 좀 작아보인다. 그래서인지 전도연은 “‘밀양’보다 더 적은 돈을 받고 출연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출연료를 낮출 수는 있을 듯해요. 물론 출연료는 굉장히 중요하죠. ‘힘들지만 내가 얼마 받으니 좀 참자’ 그런 보상심리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작은 영화는 적게 큰 영화는 좀 많이, 융통성 있게 받을 생각이에요.”
‘밀양’에서 호흡을 맞춘 송강호와 하정우를 비교해달라는 말에 전도연은 재치있는 대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송강호씨는 야수 같고 맹수 같은 배우라면 하정우씨는 용왕님 간도 빼먹을 수 있는 토끼 같은 배우예요. 하정우씨는 함께 있다보면 쉽게 동화되고 나중에 뒤돌아보면 내가 무언가를 잃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도록 하는 배우죠.”
그는 내년 1월말 엄마가 된다는 사실에 대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엄마는 완전한 존재라 생각했는데 제가 겪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아요. 애를 키우면서 저도 엄마가 되겠죠. 제가 애를 낳고 ‘밀양’에 출연했으면 아이 잃은 엄마의 역할을 더 잘 했을까요? 애를 낳으면 정말 사람이 달라진다는데. 어떡하죠 ‘밀양’ 다시 찍어야 하나요.”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사진=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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