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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 외환은행 인수 포기/ "이번엔 잡는다" 국내銀 설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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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 외환은행 인수 포기/ "이번엔 잡는다" 국내銀 설욕전

입력
2008.09.2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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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였던 국내 은행들은 HSBC의 버림을 받은 외환은행을 향해 즉각 '러브 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의 "금융지주회사간 대등 합병 추진" 발언에 이어, 외환은행이 다시 매물로 나오면서 은행권은 다시 인수ㆍ합병(M&A)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됐다.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은 19일 HSBC의 외환은행 인수 포기 선언 직후 행내 방송을 통해 "은행의 미래 목표를 공유하고 직원과 고객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적합한 대주주를 찾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오늘부터 발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

가능성은 국내ㆍ외 금융기관에 모두 열려있지만, 현재로선 국내 은행이 외환은행의 새 주인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한 이유에서 알 수 있듯, 국제 금융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다른 해외 금융회사들 역시 섣불리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1순위는 당초 외환은행 인수를 목전에 두었던 국민은행. 우선협상대상자로까지 선정됐다가 파기된 경험이 있는 국민은행으로선 설욕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이날 "여전히 외환은행에 관심이 있다"며 애착을 내비쳤다. 앞서 황 회장은 "국내 대형 금융지주회사와 대등 합병을 추진하겠다"면서도 여의치 않을 경우 기업은행, 외환은행 등과의 합병도 고려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다른 금융지주사와의 대등 합병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환은행 인수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하나금융지주도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공식 발표와는 달리 적극적인 구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2006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국민은행에 밀리기는 했지만, 외환은행에 대한 애착만큼은 국민은행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자산 규모가 '빅3' (우리금융, 신한금융, KB금융)에 100조원 이상 뒤지는 상황에서 새 M&A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자칫 경쟁 대열에서 낙오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밖에 농협이나, 우리금융, 신한금융 등도 "추가 M&A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는 있으나,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서는 잠재적 인수 후보군에 거론된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아무래도 HSBC가 인수를 포기하고 국제금융시장 사정이 어려워졌으니 인수가격도 많이 낮아지지 않겠느냐"며 "론스타가 지분 분할매각에 나선다든지 하는 경우 사정이 달라지겠지만, 여하튼 이를 계기로 국내 은행권에 또 한번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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