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올 가을엔 편지지 말고 벽과 창문에 편지를 써보자. 허전한 벽면과 유리창에 새겨진 시 한 편, 휑한 침대 머리맡에 붙여 놓은 부부의 약속. 문자 스티커, 레터링(Lettering)이 큰 돈 들이지 않고 손쉽게 집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마법을 부린다.
카페 문화가 발달하면서 상업 공간에 주로 사용되던 레터링이 가정 인테리어에도 활용되고 있다. 글자 쓰기, 글자 찍기, 글자 새기기라는 의미의 레터링은 시각 기호의 기능을 갖춘 문자 디자인의 모든 행위를 가리킨다.
가정 인테리어에서 레터링은 벽이나 유리, 문 등을 꾸미는 데코의 요소로 활용되고 있는데, 타이포그라피 타입의 글자부터 다채로운 문양의 패턴이 가미된 영시, 성경 구절까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벽면에 새겨진 작품 설명을 장식적으로 응용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레터링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무궁무진하다. 거실의 허전한 벽면, 소파 뒤의 빈 공간, 침대 헤드 윗부분, 현관문, 현관 옆 통로나 신발장 위 벽면, 베란다 통유리, 화장실 거울 모서리, 주방의 식탁 주변 등이 주로 그 대상. 아이가 찢거나 낙서해서 보기 흉해진 벽지를 커버하는 데도 유용하다.
경남 거제에 사는 주부 김지윤(34)씨는 현관 입구의 빈 벽에 레터링을 한 경우. 주변에 파벽돌을 붙인 후 화초를 함께 걸어 한층 분위기를 냈다. 계란빛의 잔잔한 색조 위에 새겨진 시편 구절이 벽돌, 화초와 어우러져 프로방스의 분위기를 풍긴다.
경기 광명시의 2년차 주부 김연선(32ㆍ플로리스트)씨는 주방과 침실에 레터링으로 포인트를 줬다. 주방의 식탁 옆 빈 벽면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커피잔과 원두커피 몇 알을 그린 포인트 스티커를 레터링과 함께 붙여 카페 같은 분위기를 냈다.
그림이나 액자를 걸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침대 헤드 윗부분엔 나뭇가지에 앉은 새 그림 스티커를 붙여 가벼우면서도 산뜻한 공간을 연출했다.
레터링을 비롯한 월 데코 스티커의 최대 장점은 1만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으로 공간에 포인트와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 포인트 벽지가 비싼 벽지 값에 시공비까지 따로 들여야 하는 것과 달리 아주 적은 비용으로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레터링 스티커를 치면 수없이 많은 완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검색된다.
완제품의 레터링 구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을 그대로 패턴으로 만들어주는 주문 제작업체를 이용하면 된다. 주부 김연선씨는 "아주 싼 비용으로 집에서 쉽게 할 수 있지만 인테리어 효과가 아주 크다는 게 레터링의 매력"이라며 "값싼 스티커 몇 장으로 집안 분위기가 확 바뀌어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레터링 인테리어를 할 때 유의할 점은 벽지의 종류에 따라 스티커를 뗄 때 손상이 가는 경우가 있다는 것. 스티커는 투명 시트를 제거하는 순간 벽에 착 달라 붙기 때문에 붙일 때도 시공 면적을 미리 계산해 대략의 위치를 미리 잡아보는 게 벽지 훼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게다가 잘못 붙이면 보통 시트지를 붙일 때처럼 약간의 기포가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레터링 스티커 판매업체 폼스타의 이정순 과장은 "실크벽지는 코팅이 돼 있어서 손상이 덜 가는 반면 종이 벽지는 뗄 때 자국이 남거나 벽지가 찢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벽지 손상이 염려스럽다면 유리나 거울에 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남 창원의 예비부부 강선영(27), 박원국(29)씨 커플은 벽면 대신 창문을 레터링 공간으로 선택, 서정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강씨는 "유리창은 벽보다 쉽게 시공할 수 있고, 잘못 붙였을 때도 분무기로 물만 몇 번 뿌려 주면 다시 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베란다의 녹색 화초들과 조화를 이루는 색상과 서체로 포인트를 주면 예쁜 창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레터링을 멋스럽게 연출하려면 무엇보다도 욕심을 버리는 게 중요하다. 싸고 쉬운 인테리어 방법이라고 남발했다가는 집만 어수선하고 좁아보일 수 있다. 제한된 공간에 최소로만 사용해 한눈에 튀는 것보단 은근한 포인트를 주는 것이 핵심.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조희선씨는 "무조건 예쁘다고 우리 집에도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면서 "집안 구조와 분위기에 맞게, 벽지 색이나 가구와 잘 매칭해서 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레터링과 함께 사용하는 월 데코 스티커의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계단 없는 단층집에 뛰어오르는 고양이 스티커를 붙인다거나 좁은 집에 폴짝폴짝 뛰어오르는 댄서 스티커를 붙이는 것은 금물. 집안이 복잡할 경우엔 색깔이 많이 사용된 것보다는 블랙이나 화이트의 단색 실루엣만 있는 그래픽 스티커가 효과적이다.
조희선씨는 "현재 놓여 있는 가구의 컬러나 모양 등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패턴을 고르는 것은 필수"라면서 "상업 공간처럼 특별히 계획된 공간이 아니라면 감당하기 힘든 보색 대비의 매치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조희선(www.ccumim.com)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