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국발 금융위기/ "위기 장기화… 현금 챙겨라" 채권시장 투매 도미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국발 금융위기/ "위기 장기화… 현금 챙겨라" 채권시장 투매 도미노

입력
2008.09.19 00:13
0 0

18일 시중금리가 급등한 것은 국내 금융사와 외국인 투자자 할 것 없이 모두 채권을 내던지고 '현금'을 확보하려 했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날 급등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지만 국내외 자금 부족이라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당분간 불안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금주 초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어닥쳤을 때도 채권시장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면서 금리가 급락하는 등 초강세를 보였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시장심리가 '안전자산 선호'에서 '유동성 선호'로 급선회하면서 손절매성 매물이 나오고 매물이 매물이 부르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동성 위기가 아직 전체 금융권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채권시장이 흔들리는데다 월가 쇼크마저 반복될 경우 자금경색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가나 환율과는 달리 금융권 자금경색 및 금리급등은 결국 기업과 가계 등 실물분야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런 대목이다.

이날 금리급등의 1차적 원인은 리먼브러더스 사태에 따른 국내 증권사들의 유동성 악화 우려였다. 리먼브러더스가 발행한 채권과 상품을 보유하고 있거나 판매한 증권사나, 신용관련 해외상품을 판매한 증권사들이 손실을 입었을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투신사 및 은행들이 일부 증권사에 대한 콜론(초단기대출) 공급을 꺼렸기 때문이다. 하루 콜 차입규모가 8조원대에 이르는 증권사들이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당장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갖고 있던 채권을 내다 팔은 결과, 금리가 급등했다는 것이다.

한 채권 매니저는 "펀드 환매요청은 꾸준히 일어나고 있는 반면 새로운 펀드가입은 자취를 감춘 상태여서 자금확보가 절실했을 것"이라며 "펀드 환매 뿐만 아니라 CMA 등 증권사 상품으로 몰렸던 시중자금이 다시 안정성을 좇아 은행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에 분위기는 상당히 경색됐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대형사에 비해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많지 않은 소형 증권사는 향후 유동성 경색에 큰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한가지 원인은 얼마 전까지 한국 채권을 순매수하던 외국인들도 이날은 손절매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외국인의 채권매매에 큰 영향을 끼치는 통화스와프(CRS) 금리가 올 3월 베어스턴스 매각 사태 당시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위기감을 느낀 외국인들이 채권을 대규모로 순매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불안감이 커진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불안전한 원화자산 대신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원화 자금시장뿐 아니라 외화 자금시장도 마비 조짐을 보였다. 달러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면서 이날 외화 콜 시장에서 하루짜리(오버나잇) 달러 콜 자금은 전날보다 2.5%포인트 오른 9.5% 금리에 거래됐다. 원화를 담보로 외화를 빌리는 것 자체도 만많치 않은 상황이다. 외환중개사의 한 관계자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글로벌 외화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1개월물은 호가도 안 보일 정도고 만기가 돌아오는 것도 연장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시장이 요동치자 한국은행은 이날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방식으로 단기자금 3조5,000억원을 금융시장에 공급했지만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금이 모자랐던 게 아니라 불안심리로 일어난 현상이어서 한은의 자금공급은 큰 효과가 없었다"며 "대부분 은행권들이 관망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NH투자증권 신동수 연구원은 "한은이 유동성을 공급하며 지원을 해도 해외 신용경색 우려가 커지며 차입금리가 높아지면 외국인들의 재정거래 유인도 줄어들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신뢰의 위기가 해결돼야 하며 따라서 금리 상승 리스크는 여전히 잠재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