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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시리즈 네번째 '인형의 마을' 낸 소설가 박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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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시리즈 네번째 '인형의 마을' 낸 소설가 박상우

입력
2008.09.1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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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가 구축해 놓은 이분법적 세계의 종말은 어디일까. 소설가 박상우(50)씨는 4년 만에 내놓은 중ㆍ단편집 <인형의 마을> (민음사 발행)에서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선다.

이 소설집은 박씨가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1991)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2000>, 그리고 작가 스스로 '사람의 마을'이라고 호명했던 <사랑보다 낯선> (2004)에 이은 '마을 시리즈'의 네번째 결과물이다.

거기서 각각 1980년대말의 정치적 허무주의, 90년대의 세기말적 불안, 정치적 열정과 세기말적 허무도 사라지면서 꿈을 상실한 21세기 문턱의 인간군상을 담아냈던 작가는 이제 양극화된 세계의 대립구도에 포박돼 인간성을 상실한, 인간을 닯았지만 결코 인간이 아닌 '인형의 마을'로 들어선다. 그곳은 멀티라이프와 아바타로 상징되는 21세기적 대체자아의 세계이기도 하다.

표제작은 이분법의 세계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인간의 고통을 핍진하게 그려낸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대립적 현실이 작품의 배경이다.

소설가인 주인공은 역사적 인물의 삶을 가상으로 바꿀 수 있는 '완전한 세상'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하고 그곳에서 ??은 나이로 비참한 최후를 맞은 세 인물의 생을 재구성한다.

'왕비'와 '창녀'라는 양가적 얼굴로 비춰졌던 마리 앙투아네트, '남아이십미평국(男兒二十未平國)'이라는 시구를 '남아이십미득국(男兒二十未得國)'으로 고쳤다는 혐의로 역모죄를 뒤집어쓴 남이 장군, 총 대신 칼로 이완용을 찔러 사형당한 이재명이 그들이다.

주인공은 가상의 세계에서 그들의 인생을 성공한 인생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러나 그것은 주인공의 인위적 설정에 반대해 그와 논쟁을 벌이는 한 장애여성의 절규처럼 "현실과 맞바꾸거나 혼동할 수 없"는 '상처'일 뿐이다. 그 상처란 최소한의 회색지대조차 없이 둘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는 인간이 처한 비극적 상황의 다른 이름이다.

애완견들을 깊은 산속 야생동물 이동통로로 끌고 가 자동차로 짓이겨 버리기를 강요하는 폭력적인 아내와 이를 거부하는 심약한 남편의 갈등을 그린 '야생동물 이동통로'(인간/짐승), 수천권의 책을 의무적으로 읽어야 하는 책의 감옥에서 출소하자마자 다시 육체의 형무소로 끌려가는 사내가 등장하는 '독서 형무소'(관념성/육체성), 몸이 불편한 동생의 여자와 사랑에 빠져 동생을 자살로 몰아가는 형을 소재로 한 '노적가리 판타지'(가해자/피해자) 등 8편의 수록작들은 일관되게 이분법적 구조를 뼈대 삼고 있다.

올해 등단 20년을 맞는 박씨. 그는 "'마을 시리즈'는 외부세계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가는 인간들의 사고방식을 반영한 것"이라며 "좌와 우, 진보와 보수, 노동과 자본 등 우리를 둘러싼 현실이 양극으로 치달으면서 중심이 되어야할 '인간'이 소멸되고 사람들이 아바타와 같은 대체욕망의 캐릭터를 꾸미는데나 공을 들이는 비극적 현실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을 시리즈'의 종착역은 박씨가 지나온 마을들이 그의 내면에 어떻게 아로새겨져 있는가를 형상화할 '내면의 마을'(가제)이 될 것 같다. 그는 "그곳은 외부세계의 이분법적 대립이 사라지고, 인간세계의 갈등요소가 무화된 무극(無極)의 마을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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