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일부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위원회가 올해 4월 실시한 전국 학력조사(일제고사) 성적 공개 여부를 놓고 정면 대립하고 있다. 지자체장은 성적이 낮은 학교에 자극을 주기 위해 결과를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공개 권한을 쥐고 있는 기초 자치단체별 교육위와 각 학교는 서열화를 부른다며 반대하고 있다.
18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성적 공개를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지자체장은 올해 시험에서 전국 평균에 못미치는 저조한 성적을 낸 오사카(大阪)부의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지사. 오사카 교육개혁을 천명한 30대의 지사는 "기초 자치단체별로 결과를 공표하면 어느 지역 교육위가 일을 안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며 공표 여부에 따라 지자체 예산 배분에 차등을 두겠다고 압박했다.
지난해 부활한 일제고사에서 2년째 연속 전국 최상위 성적을 낸 아키타(秋田)현 지사도 "성적을 활용하면 주민에게 이익"이라며 교육위에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아키타 지사는 "교육위가 공표하지 않겠다면 지사가 책임지고 공표하겠다"며 "중학교에서는 히가시나루세(東成瀨)촌이 1등"이라고 결과를 슬쩍 흘리기도 했다. 돗토리(鳥取)현 지사도 "공개에 적극적인 지자체는 모범으로 삼아 예산을 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 같은 기세에 밀려 오사카의 일부 교육위가 성적을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다수 교육위는 공표에 부정적이다. 40여년 전 일제고사 폐지의 이유였던 '학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키타현 유자와(湯澤)시 교육위는 결과를 공개할 경우 "점수나 순위만 중시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일제고사 참여가 교육위 자율이기 때문에 성적이 낮은 지역이나 학교가 응시를 기피하면 시험 자체의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문부과학성도 "지자체장들의 마음은 알겠지만 경쟁이 격화하면 시험의 의의가 없어진다"고 공개에 소극적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날자 사설에서 학력조사 결과를 가지고 학교의 지도방법, 학생의 생활습관 등을 분석해 세심한 대책을 세우는 것 없이 충격요법식 결과 공표만 요구하는 것은 핵심을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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