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과 '세계화'를 꿈꾸고 외쳐온 지 어언 몇 년인가. 외치기만 한 게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글로벌해지기 위해서 내남없이 애를 써왔다. 하여 우린 얼마나 글로벌해졌는가? 그런데 이번 사태를 겪고 나니, 글로벌 혹은 세계화가 아니라, 아메리칸 스타일화 혹은 미국화였던 듯하다. 미국에서 뭔 일 터지자 우리 금융시장(뻥튀기하자면 국민경제까지도)도 불난 집처럼 되고, 미국에서 보험회사 하나를 살리자 우리 금융시장도 되살아났다니. 뭐, 크게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세계화, 사실은 미국화를 지향했던 수많은 나라들이, 우리와 비슷한 소동을 겪었다니.
하지만 걱정된다. 지금도 이 야단법석인데, 더욱더 미국화가 진행되면 - 한미FTA만 비준되어도 지금보다 백배는 미국적이 될 테다 - 미국에서 뀐 방귀 한 방에 우리네 삶이 뒤죽박죽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을까. 영어를 그토록 사랑하시는 분들의 지하철 포교식 가르침에 따라 영어라도 좀 달달 배워놓으면 미국화 시대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좀 될까?
하여간 북쪽 통치자의 와병을 맞아 왕조실록이라도 짓듯, 모 연예인의 죽음을 맞아 소설이라도 쓰듯, 다양한 상상력을 즐기는 사이에, 미국이 느닷없이 한번 제대로 울리고 웃겼다. 우리, 정말 많이 세계화(미국화) 되었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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