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ㆍ고교별 점수 차이가 드러날 수 있는 대학수능시험 성적 원자료를 공개하겠다는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17일 국회 발언은 교육 수장으로서 사려 깊지 않은 것이다. "수능 원자료를 달라"는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요구에 "사회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한 말이지만, 만에 하나 수능 원자료가 공개될 경우 초래될 파장을 감안하면 신중하지 못했다.
수능 원자료 공개의 위험성은 교과부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다. 조 의원이 제기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정보공개 청구소송 과정에서 교과부는 줄기차게 공개 불가 입장과 이유를 밝혀왔다. 교과부는 1,2심 패소 후 대법원에 낸 상고 이유서에서 "수능 성적이 학교별, 시ㆍ도 교육청별로 공개되면 전국 학교의 서열화로 인한 과열 경쟁, 교육과정 파행 운영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했다. 즉, 전국 2,159개 고교의 학교간, 지역간 실력차가 확연하게 드러나게 되고, '좋은 고교'에 들어가기 위한 사교육이 조장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른바 비선호 학교에 진학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실망과 좌절감은 어떻겠는가.
교과부는 평준화 체제에서 고교 선배들의 성적이 후배들의 대학입학 전형에 영향을 줄 소지가 있는 점도 지적했다. 수능 원자료 공개가 각 대학의 고교등급제 도입 요구 확산에 빌미를 줘 정부의 '3불'(본고사ㆍ기여입학ㆍ고교등급제 불가) 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차관들까지 나서 '신중한 판단'을 건의했는데도 안 장관은 거듭 '소신'을 밝혔다니, 그 이유와 배경이 궁금하다. 교과부가 18일 "학교별 수능 성적 공개는 어렵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하루 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는 안 장관의 즉흥성은 놀랍기만 하다. 법원조차 수능 원자료 공개에 따른 파장을 우려해 "전산기기를 이용한 접근권"만 주는 안을 제시한 마당에, 보안보다는 자기 홍보가 먼저일 수밖에 없는 국회의원에게 수능 원자료를 넘기겠다고 약속한 것은 분별없는 일이었다. 설령 대법원이 공개토록 하더라도 그 방법은 어디까지나 교육적이고 세심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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