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시가 화재로 소실된 국보 1호 숭례문을 흉내 낸 '짝퉁' 숭례문 건립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아산시와 지역시민단체에 따르면 아산시는 최근 올 2차 추경에서 가칭 '창조 숭례문' 건립 타당성 검토 용역비 3억원을 편성하는 등 10억원을 들여 내년 중 숭례문과 같은 규모의 '창조 숭례문'을 완공하기로 했다.
창조 숭례문 건립은 경기 안성에서 활동하는 설치미술작가 김모씨가 제안한 것으로, 시는 600여년 전 숭례문이 처음 지어질 당시 아산 송악면 외암민속마을 산 소나무가 일부 자재로 쓰인 것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시는 창조 숭례문의 건립 장소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으나, 내부에 전시공간과 아트카페, 체험공간 등을 만들어 아산의 새 명소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또 문화재청의 협조를 구해 불 탄 숭례문의 잔해 일부를 전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아산농민회, 아산YMCA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17일 성명을 내고 "시가 충분한 검증도 없이 추경에 예산을 편성해 예산 낭비 우려를 낳고 있다"면서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들은 또 "숭례문에 아산 소나무가 쓰였다는 이유로 제2의 숭례문을 만든다면 (지역산 목재가 숭례문에 쓰인) 다른 시ㆍ도에서도 제3의 숭례문이 만들어질 수 있는 만큼 아산의 상징물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특히 목재 값 수준의 예산으로 숭례문 규모의 건축물을 짓겠다는 것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시가 명분으로 내세운 외암민속마을에는 현재 목재로 쓸만한 소나무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결국 싸구려 수입 목재가 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민 이모(42ㆍ용화동)씨는 "문화재 가치도, 역사적 의미도 없는 흉물스런 짝퉁 건축물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산=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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