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이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2007년 중반 표면화하기 시작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국제 금융시장의 주요 흐름인 증권화와 국제화의 과정을 따라 확산되고 있다. 세계 5대 투자은행 중 벌써 3곳이 침몰됐고,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 AIG에 구제금융이 투입되는 등 미국 금융산업 전반으로 위기가 퍼지고 있다.
▲ 위험 현실화 2라운드로 가나
지금 금융산업은 자금 공급자로부터 수요자에게 자금을 전달해 주는 위험이 낮은 전통적 의미를 넘어, 위험을 평가하고 적극적으로 팔거나 사는 방식이 선진 금융기법이라는 이름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최신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선진 금융기법을 사용한 증권화는 기술적으로 신용의 무한창출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대표적 금융구조화 상품인 부채담보부 채권(CDOs)은 금융자산의 위험을 가공하여 증권 형태의 금융자산을 만들어내는 상품으로,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금융시장에 기초금융자산의 몇 배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 본원통화의 공급이 승수(乘數)효과를 통해 몇 배의 통화량을 공급하는 것과 유사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증권화를 통한 금융시장 팽창은 위험요인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본원통화 공급을 통한 통화 창출과 달리 증권화를 통한 유동성 창출은 시장 위험, 거래상대방 위험 등에 노출돼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같은 기초금융자산의 부실은 유동성 확장과정을 타고 부실의 확장으로 연결된다. 위험을 가공하는 증권화 과정에도 확장된 부실이 증폭될 개연성이 상존한다. 위험요소가 과소평가된 채 위험이 현실화했을 때 빚어지는 부실은 사전에 예상했던 부실보다 커지는 것이다.
미국시장에서 현실화하고 있는 금융회사의 부실규모는 정확한 파악이 어려우며, 지금까지 드러난 것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다. 유동성 확장과정만큼 부실이 확대될 뿐 아니라 대형 금융회사의 파산은 거래상대방 위험을 새로 부상시켜 부실확산을 심화시킬 위험성이 높다.
금융 국제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각국의 선진 금융회사들은 긴밀히 연결돼 있어 한 회사의 위험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 거래상대방의 파산으로 인해 기존 상계(netting)방식에 의해 위험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여겼던 자산이 새로운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또 근래 폭발적으로 성장한 신용디폴트스왑(CDS) 거래에서도 보장매도자 역할을 수행했던 금융회사는 새로운 손실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현재 드러나고 있는 부실의 확장은 미국 금융당국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거래상대방 위험의 현실화로 증폭되는 제2라운드로 접어들 개연성이 높다.
▲ 시장 안정 위한 선제적 조치를
국내 금융시장도 해외요인을 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국내 주식, 채권 및 외환시장은 해외요인에 의해 롤러 코스터를 타는 듯한 모습을 연일 연출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리먼 브러더스 등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국내 금융회사의 부실이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유동성에 부담을 주는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단기에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 몇 가지 선제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과민반응을 줄일 수 있도록 시장상황과 국내 금융회사에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계속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다양한 방식으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금융시장의 불안상황이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할 대책을 금융시장의 상황을 고려해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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