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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행정구역 개편 쉽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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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행정구역 개편 쉽지 않지만

입력
2008.09.1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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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 개편, 즉 지방행정체계 개편의 필요성과 명분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논의는 역시 예상대로 지지부진하다. 많은 사람이 "헌법 고치기보다 더 어려운 문제"라고 말하지만, 정작 개헌문제 만큼도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벌써 20년에 가까우며, 김영삼 김대중 정부 시절에 개편 시도가 있었다. 2006년 2월엔 17대 국회 지방행정체계 개편특위가 논의 결과를 확정해 본회의에 보고했고, 국회는 정부에 개편안을 이송하기까지 했다. 3~4단계로 돼 있는 지방행정체계를 70여 개의 광역 자치단체로 일원화하는 것이 골자였다.

▲ 정치ㆍ지역 이해 엇갈려 지지부진

당시의 잠정 합의는 2007년 대선에서 각 후보가 공약을 통해 국민적 동의를 얻고 2008년 임기 초에 국민투표를 통해 확정한다는 것이었다. 이 시나리오대로면 지금은 국민투표가 실시되거나 이미 끝났어야 마땅하다. 8월 하순 민주당이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한 데 대해 한나라당의 허태열 최고위원은 개인적으로 찬성의 뜻을 밝혔다. 17대 국회 특위의 위원장이었으니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행정구역 개편은) 판도라 상자를 여는 것 같은 여러 문제를 가지고 올 수 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아직 당론도 없는 상태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9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행정구역을 개편할 때가 됐다"고 말하면서도 "정치적으로 해결하면 실패한다", "전문가가 참여해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행정안전부도 정부가 주도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국회 중심의 의견이 나오면 적극 지원하되, 국회 논의와 별도로 현 체제 하에서의 시ㆍ군 통합은 계속 추진한다는 것이다. 개편사례를 훑어 보면 이 문제가 얼마나 어려운가는 쉽게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합의가 문제다. 1994년 도ㆍ농 통합시 설치를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의회 의결과 주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81개 시ㆍ군을 40개로 통합했지만, 대상지역 중 일부 시ㆍ군은 주민의견 수렴 과정에서 반발이 심해 통합이 무산됐다.

또 최근 한 언론사가 전국 16개 시ㆍ도를 조사한 결과, 12곳이 행정구역 개편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방자치를 무시하는 탁상공론이라거나 사회적 갈등과 혼란만 야기할 것이라거나 중앙집권화가 우려된다는 것이 주된 반대 이유였다.

더 나쁜 것은 정치적 고려와 이해가 작용하는 점이다. 민주당의 적극적 개편 주장은 한나라당이 장악한 지방권력을 2010년 지방선거를 통해 바꾸려는 의도라는 것이 한나라당의 기본 인식인 것 같다. 야당일 때와 여당일 때의 입장이 다른 것이다.

개편을 추진하려면 국회를 중심으로 먼저 몇 가지 원칙을 논의하고 정립해야 한다. 첫째는 현행 행정구역에 따른 기득권을 보유한 정치인 공무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행정구역이 간소화하면 지자체장과 의원, 공무원 자리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권력줄까지는 몰라도 그들의 밥줄을 끊지 않는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 지자제 발전방안도 함께 논의를

아직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지방자치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지방자치제는 오랜 논란과 사회적 진통을 거쳐 겨우 도입된 제도인데 폐지할 것이 아니라면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총론 찬성 각론 반대'가 많은 만큼 개편 효과를 실증적으로 보이면서 단계별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 낭비와 비효율, 중복 투자를 없애 국가와 지방정부 경영을 개선하는 사례를 보여 주어야 한다. 어떤 학자는 먼저 광역시와 도를 통합해 현행 1특별시, 7광역시, 8도의 16개 시ㆍ도체제를 1특별시, 9개 시ㆍ도체제로 바꾸는 1단계 통합을 한 뒤 다음 단계의 통합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는데, 그런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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