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추락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과연 일어날까.
만성적 쌍둥이적자(재정+경상적자) 누적으로 다른 나라였다면 이미 국가신용등급이 수없이 추락했을 터. 하지만 미국만은 최고등급 AAA를 유지해왔다. 세계 기축통화를 보유한 나라, 경제 뿐 아니라 정치군사적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 바로 '미국'이었기 때문. 하지만 전대미문의 신용위기로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월스트리트가 무너지면서, '부동의 AAA'는 금이 가는 분위기다.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가장 먼저 미국의 신용등급 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S&P 국가신용등급위원회 존 체임버스 의장은 17일(현지시간)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AIG에 구제금융 850억달러를 제공키로 한 것과 관련, "미국의 재정수준을 약화시켰다"며 "미국의 AAA 신용등급에 (하향)압력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S&P는 최근까지 미국의 신용리스크를 여러 차례 지적하면서도 국가신용등급만은 AAA를 인정했다. 무디스와 피치도 미국에 최고 신용등급과 '안정적' 전망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체임버스 의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하늘이 준 'AAA' 등급은 없다. 미국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를 따내야 한다"고 강조, 현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등급이 강등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 AIG 구제금융 조치 이후 미 국채 10년물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스프레드는 0.26% 포인트로 0.03%포인트 확대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국채마저도 채무 불이행 위험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CBS뉴스 인터넷판은 17일 현재 미 연방정부의 부채가 9조6,340억달러에 달하고 이 달 말로 끝나는 올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무려 4,000억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미 연방정부가 스스로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소할 길이 막막하다"고 보도했다.
무디스의 애널리스트 스티븐 헤스는 "미 정부의 엄청난 부채에 비하면 AIG 구제금융의 규모가 작아 재정에 큰 영향은 없지만 앞으로 2년간 AIG의 실적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무디스는 지난 1월 미국이 의료보험과 사회보장 비용을 줄이는 혁신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10년 안에 'Aaa' 등급을 잃을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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